▲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1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학 초청강연'에서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연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강연이 열린 KAIST 정문술 빌딩은 강연시작 1~2시간 전부터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과 취재진이 약 500여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고, 하사비스가 입장하는 입구조차도 사람으로 막힐 정도였다. 하사비스는 강연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인공지능, 자신이 인공지능을 하는 이유, 그의 회사 구글 딥마인드의 목표, 인공지능의 적용방향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했다.
▲하사비스가 말하는 인공지능=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은 기계가 똑똑해지게 하는 것이며, 기계가 똑똑해지기 위한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방법은 컴퓨터에 명령어(Pre Program·Solution)를 넣어주고 컴퓨터가 이를 따라서 처리하게 하는 방법, 두 번째 방법은 기계를 직접 가르치는 방법이다. 후자는 스스로 학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계에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사비스는 최종적으로는 여러 분야의 과학을 조직화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즉, 딥마인드는 지능을 만들고 만든 지능을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단순 인공지능(AI)이 아닌 범용인공지능(AGI)을 구상하고 있다.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범용 목적을 가진 학습 기계를 개발해 어디에서나 유동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게임을 인공지능 개발에 이용한 하사비스=게임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는 수많은 장점이 있다고 하사비스는 설명했다. 게임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할 경우, 인공지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테스트를 해도 선입견이 없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개발한 인공지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수준의 다양한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에는 픽셀을 이용한 풍부한 고차원의 데이터 스트림이 있어 그 프로세싱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도 관찰할 수 있다. 하사비스는 아타리 2600 테스트베드, 리버 리에드, 배틀존, 퐁, 서브마린, 복싱 등 단순 게임에서 체스나 바둑 같은 전략 게임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바둑에는 직관적이고 연산적인 요소가 있어 딥러닝과 심화학습이 잘 활용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사비스는 이렇게 알파고를 개발하게 됐고 궁극적인 목표는 로봇에 실질적으로 알고리즘을 응용하는 것이다.
▲게임의 최고수준 바둑 그리고 알파고=하사비스는 바둑은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둑판이 가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 속 원자보다 더 많다고 했다. 바둑은 많은 직관과 연산을 필요로 해 패턴 인식과 계획이 중요하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를 개발하기 위해 두 가지에 중점을 뒀다.
조절 가능한 수준에서 바둑알이 놓아질 수 있는 경우의 수(공간)를 줄이는 것과 어떤 바둑판에서 누가 이기는 지를 평가해 결정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을 보는 고단수의 프로도 막상막하 경기에서 누가 이기는지는 쉽게 가늠하고 평가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를 알파고는 가능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경기에 대해도 언급했다. 게임을 치르면서 중반 이후부터 알파고가 잘하고 있을 때 자신감을 얻게 됐고, 이세돌 9단이 게임 대부분에서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할 때 흥미로웠다고 하사비스는 설명했다. 그는 알파고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하사비스가 인공지능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그의 꿈=하사비스는 본인이 인공지능을 하는 철학적인 이유를 말했다. 그는 정보의 과부하, 유전자 정보, 물리학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처리할 수 있는 정보를 뛰어 넘는 정보의 양이 존재해 이를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짚은 두 번째 이유는 기후변화, 입자물리학, 거시경제, 질병 등 점점 더 시스템은 복잡해져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자신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으로 사용되기를 원한다.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의 과학, 의학 등에 쓰여 의료, 로봇, 퍼스널리제이션, 스마폰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더 빨리 견인하길 바라고 있다. 하사비스는 자신의 꿈은 '인공지능 과학(Ai Scientist)' 혹은 '인공지능 지원과학(Ai-Assisted Science)'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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