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명과 통역을 사이에 두고 뭔가 열심히 설명하던 그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듯 고개를 한번 까딱했다.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있는 (주)대덕랩코를 찾아 전현표(54·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주앉게 된 전 대표는 외국인 바이어들과 제품 수출 상담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2001년 화장품제조기업 대덕랩코를 설립하고 2013년 우리나라 최초로 할랄 화장품 인증을 받는 데 성공한 전 대표에게서 남다른 분주함과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성균관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에바스화장품 기술연구소, 애경산업 화장품연구소, 대전보건대학 화장품과학과 겸임교수 등 경력만 놓고 봐도 사업가보다는 연구자에 가깝다.
그랬던 그가 우아한 연구자의 길을 접고 굳이 대기업 우위의 포화시장인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대표는 그 무모함을 이렇게 설명한다.
“화장품연구소에서 밤새워 연구하던 어느 날이에요. 문득 '내가 만드는 화장품이 정말 좋은 제품인가?'라는 의문이 드는데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을 할 수가 없더군요.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만드는 화장품은 좋은 제품이라기보다 잘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 관점에서 설계된 화장품이었던 겁니다.”
그날로 그는 연구소를 뛰쳐나왔고 빌린 돈 300만원으로 '정말 좋은 화장품' 만들기 연구에 들어갔다.
대덕랩코는 그렇게 한 연구자의 조금은 뜬금없는 자기성찰에 의해 만들어졌고 현재 종업원 36명, 매출액 30억원의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돌이켜보면 그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랄화장품 인증에 도전한 것도 생뚱맞은 감이 없지 않다. “2006년 카자흐스탄 출장 때 만난 한 무슬림 여성이 자국 내 할랄화장품은 품질이 좋지 않으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전 대표는 흘려들어도 그만인 생면부지 무슬림여성의 말을 부여잡고 꼬박 8년을 바쳐 터키의 할랄인증기관인 GIMDES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이 사람이 이윤을 추구하는 냉정한 기업가인지 사랑과 평등의 박애주의자인지 헷갈려 하는 사이 전 대표는 “앞으로 3년은 할랄화장품 저변을 확대하고 이후 3년 간 매출을 증대한다는 계획 아래 임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무조건 돈을 좇기보다 올바른 사업으로 사회에 기여해 기업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책임의식 있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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