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일식 관측회 대전시민천문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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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일식 관측회 대전시민천문대를 가다

한입 베어 문 듯, 태양을 침범하는 달그림자 … 전국서 부분일식 관측돼 “부분일식 보는 것만으로도 복이고 행운이지”

  • 승인 2016-03-09 16:14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홍염필터(H-α필터)를 사용하여 촬영한 부분일식사진. 제공=대전시민천문대
▲홍염필터(H-α필터)를 사용하여 촬영한 부분일식사진. 제공=대전시민천문대


이렇게 하늘을 많이 올려다본 적이 있었던가. 3월9일 부분일식을 보러 대전시민천문대로 향하는 길, 신호가 멈출 때마다 고개를 내밀어 태양의 위치를 확인했다. 구름에 가려져 온전히 빛을 내지 못하는 해님이지만 몇 초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곧, 저 위용 넘치는 태양위로 달그림자가 지나가겠지. 설레는 마음에 엑셀을 더욱 강하게 밟아본다.

대전시민천문대는 유성구 신성동에 위치해 있다. 날씨가 흐릴 것이라는 예보 탓에 시민천문대로 들어오는 차량은 사실 없었다. 혹시나, 관측회가 취소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몇 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쇼인데, 섣부른 걱정에 발걸음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았다.

“부분일식 보러오셨습니까?”

▲망원경으로 직시법, 투영법 두가지를 활용해 관측했다.
▲망원경으로 직시법, 투영법 두가지를 활용해 관측했다.


역시 별과 하늘을 관측하는 곳답게 산언저리에 위치한 대전시민천문대. 안내에 따라 보조관측실로 올라갔다. 시민들이 오기 전 분주하게 망원경을 설치하고 있는 임상순 교육부장을 만났다.

“오늘은 망원경 두 개로 투영법과 직시법을 활용해 부분일식을 볼 겁니다. 태양면적의 5% 정도를 가릴 예정인데, 예보보다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일식은 달이 태양의 일부나 혹은 전부를 가리는 천문현상이다. 전부를 가리는 것은 개기일식이나 오늘은 태양의 아랫부분을 지나가는 부분일식이라 했다. 달이 지구보다 5도 기울어져 있는데, 일식은 지구와 달이 일직선일 때 나타난다. 오늘(9일) 인도네시아에서는 개기일식을 관찰 할 수 있고 아시아쪽으로 넘어올수록 부분일식으로 식분 되는 면적이 줄어든다.

일식은 1년에 2~3차례 일어나지만 오늘처럼 눈으로 식별되는 날은 손에 꼽힌단다. 2012년 이후 4년만이고, 3월9일 이후로는 2019년, 3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이렇게 많은 기대감과 설렘도 없겠지.

오전 10시4분부터 11시22분까지 행운처럼 다가온 부분일식

달그림자가 태양을 삼키려 한다.
지구와 달이 일직선으로 만나는 단 하루만 허락되는 영역침범.
서서히 태양을 잠식하는 달. 그러나 역부족.
태양의 밑동을 잘라먹었지만, 넓디넓은 태양을 가리기엔 달은 너무나 작다.

오늘 부분일식은 오전 10시5분부터 시작돼 오전 11시22분까지 이어졌다. 10시10분경 태양의 오른쪽 아랫부분으로 달그림자가 머리를 내밀었다. 차차 시간이 흐를수록 태양 품으로 슬며시 들어가는 달그림자. 한입 베어 문 사과처럼 태양의 아래쪽이 움푹 들어갔다.

관측회에서 만난 오진태(75·도마동)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난 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신문이나 기사거리를 찾아 읽어보곤 했죠. 오늘은 손자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부분일식을 볼 수 있대서 들려봤습니다. 참 신기하네요.”
망원경과 관측용 필터를 연신 번갈아가며 들여다보시던 할아버지. 청년시절 과학도답게 전문용어까지 척척, 우주쇼 매력에 홀리신 듯 했다.

▲관측용 필터로 부분일식을 보는 시민들.
▲관측용 필터로 부분일식을 보는 시민들.


관측회가 시작되자, 보조관측실에는 북적북적 사람들이 모여든다.

산책 가는 길에 들렸다는 김해경(69·신성동)씨는 “이야~ 신기하네요. 이런 걸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복이야”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흥춘·홍화옥(수원)씨 부부는 “부분일식 뉴스를 보긴 봤는데,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우리 사위가 이런 천문현상을 참 좋아하는데, 우릴 엄청 부러워 할 것 같아. 정말 행운이지 뭐야.”

선조들에게는 불길한 징조, 과학자들에게는 일생의 기회

우주의 비밀은 혹은 우주는 나이를 불문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 아닐까 싶다.

옛 선조들은 달이 태양을 잡아먹는다 하여 일식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태양은 제왕을 상징했고, 달은 신하를 상징했기 때문에 신하가 왕권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에 조선시대에는 태양을 구출한다는 행위로 구식례를 지냈고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았다. 태양에서 달을 떨어뜨리려는 염원을 담아서 말이다.

현대의 ‘일식’은 기회다. 태양이 뿜어내는 코로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우주 마니아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흔치않은 날이다. 시간과 장소, 날씨 등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비로소 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처럼 행운이자 복인 것이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관측회는 감탄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물론 개기일식이었다면 그 감동은 배가 되었겠지만, 살면서 일식을 내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좋은 행사가 있으면 홍보해서 많이 좀 알려줘요. 나 오늘 산책 안 왔음 어쩔 뻔 했어. 너무 신기하고 좋은 구경했어.”

우주의 중심에 내가 서 있음을 오롯이 느낀 순간이었다. 태양과 달, 우주를 품은 듯, 마음 한켠으로 달그림자가 채워지고 있었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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