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감성 정부와 사회적 자본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 감성 정부와 사회적 자본

  • 승인 2016-03-08 14:16
  • 신문게재 2016-03-09 23면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이루었다. 물론 경제와 정치도, 다른 여러 부문도 여전히 아쉽지만 양적 성장과 이에 따른 외형적 문명화의 정도가 매우 높아졌음은 분명하다. 이를 추구해온 정부가 이성 정부다. 감정이나 관습이 작용하는 전통적 권위를 배제한 채 이른바 합법적 권위를 근간으로 하는, 바로 베버(M. Weber)가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정부인 것이다. 따라서 이성 정부는 자연의 인과법칙을 인간 사회에도 적용하고, 이를 행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이성 정부의 원리는 그러나, 21세기 문화의 시대에는 무언가 한참 모자라다.

지난 두 차례의 글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이성 정부는 바야흐로 그 2.0 또는 3.0 버전인 감성 정부로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을 아예 버리고 감성만을 받들자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이성의 바탕 위에 감성의 새로운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를 행정의 금과옥조로 삼자는 것이다. 이러한 감성 정부는 문화적 감각에 충실하고 품격 있는 문화를 지향하며, 사회적 자본 같은 무형 자산을 깊이 인식함과 아울러 각급 공공조직의 자율·책임 경영을 옹호할 줄 아는 감성적 지성 리더십(emotional intelligence leadership)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난 글들을 읽은 몇몇 지인이 그랬다. 감성 정부의 개념도 알겠고 그 필요성 또한 충분히 인정하겠는데, 딱히 뚜렷한 그림이 안 떠오른다고. 그러고 보니 일반에게는 생소한 '감성 정부'를 이론적으로만 주장하기에 급급했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일지 모르지만 오늘은 신뢰, 배려, 참여, 소통, 협력, 나눔 같은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감성 정부의 한 모습을 다시 확인해 본다. 개인별 이기심과 계층별 위화감이 날로 심해지는 요즘, 감성 영역에 속하는 사회적 자본 확충 정책은 여러 정부들이 굳이 그리 명명하지 않고도 실제로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의 정부들은 과연 사회적 자본을 내세울 자격이 충분한가. 그렇다, 라는 즉각적인 답을 들을 수 있다면 감성 정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찌 필자만일까. 사회적 자본 확충 정책은 각급 단위 정부 스스로 주민들과의 진정한 신뢰, 배려, 참여, 소통, 협력, 나눔의 가치를 구축하고자 하는 각성 및 노력과 함께 가야 함에도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주민들 사이부터 형성되어야 할 사회적 자본의 토대가 턱없이 허약한데, 주민들에게만 이를 요구하는 형국이다. 시쳇말로 유체이탈화법. 제 스스로 먼저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더없이 겸손한 정부야말로 감성 정부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힘이 쏠리는 불균형 상태를, 때로는 이에 근거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부조리와 불합리 자체를 우리는 갑을관계라고 일컫는다. 합법적 권위에 기반을 둔 정부가 바로 그 합법적 권위로 인해 본의 아니게 갑이 되지만, 이러한 합법적 권위만으로는 결코 주민의 감성을 다 다스리지 못한다. 감성이란 본래 합법적 권위보다는 감정과 관습이 작용하는 전통적 권위에 더 순응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세기에서 마땅히 정부는 감성적 권위, 문화적 권위를 가져야 하며, 이러한 낮은 권위로써 높은 감동을 주는 정부가 감성 정부인 것이다.

여론에 귀를 막는 일방적인 행정에서 어떤 신뢰를, 복지든 고용이든 생색내듯 행해지는 행정에서 무슨 배려와 나눔을, 추진회의든 자문회의든 다 짜놓고 거치는 절차 위주의 행정에서 누구의 참여와 소통과 협력을 바라는가. 감성 정부는 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힘을 혼동하지 않는다. 작은 권력을 크게 쓰는 완장도, 큰 권력을 부당하게 쓰는 갑질도 없다. 아무리 선한 정부의 공정한 행정 행위도 일방적으로, 생색내듯, 절차 위주로 펼쳐져서는 아니 된다. 여태까지의 차가운 무채색의 이성 정부는 이제 따뜻한 천연색의 감성 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