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년, 자연에 파묻혀 보낸 뒤 강단·재능기부·봉사 여생 보낼 것
지난 4년간 충남대를 이끌어 온 정상철 전 총장의 이임 소감이다. 정 총장은 재임 기간 대학 구성원과 동문, 지역민과 협력해 세종시에 제2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 건립을 확정짓고 정부지원사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충남대의 경쟁력을 높였다. 뿐만아니라 대학 운영과 의사결정에 있어 투명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총장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대가 세계 최고 명문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정 총장을 지난 2일 충남대 캠퍼스에서 만나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소회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난 4년간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취임 첫 해 연봉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기탁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까요?
▲대학발전기금은 지역주민과 국민이 대학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심의 척도입니다. 기부자들의 뜻을 기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교내 중앙도서관에 '명예의 전당'을 조성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총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전기금을 내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결속력도 강해집니다. 사랑이라는게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한 것 아닐까요?
2012년 제가 총장 취임 당시 지난해 연봉 전액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고 '1대1 장학멘토링 운동'을 창안했습니다.
이 운동의 혜택을 받은 졸업생이 후배들에게 자신이 받은 것을 되돌려주겠다며 찾아와 멘토링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2013년 전국 국·공립대 중 발전기금 모금 1위를 하고 중앙일보의 대학 평가에서 '기부하고 싶은 대학' 3위에 올랐습니다. 역대 총장 중 재임기간 최고액인 300억 원 이상 발전기금을 모금한 점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재직 중에 각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실까요.
▲총장에 취임할 당시 제 스스로 청렴해야 남도 청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일곱가지 맹세를 했습니다.
'연임 생각 안 한다, 기관 카드를 내 손으로 긁지 않는다, 집에서는 교수·직원·학생을 만나지 않는다, 주례 서지 않는다, 축의금을 보내되 결혼식장에는 가지 않는다, 부의금은 보내되 장례식장에 가지 않는다, 골프는 치지 않는다' 등입니다. 또 좋아하던 술도 되도록 절주하면서 오로지 충남대 발전을 위한 생각만으로 4년을 전력질주했습니다.
-지난 4년간의 성과와 보람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충남대는 만 18년만에 전국 20위권 대학에 진입했습니다. 집행부 교수님들과 직원분들은 충남대의 위상과 저력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고자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했습니다.
우선 세종충남대병원 건립 확정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종시, 정부, 국회 등 거의 모든 국가행정기관에 혼신의 힘을 다해 협의를 구하고 마침내 이같은 결실을 얻었습니다.
또 숙원사업이었던 제2도서관 건립을 위한 예산 확보에 성공해 2018년에는 최첨단 연구문화 공간이 조성됩니다.
학생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학특성화와 ACE사업, LINC사업, 고교교육정상화사업 등 정부지원사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과 소프트웨어중심대학, BK21 플러스 사업 등에 선정됐습니다.
이 사업들을 잘 관리하고 실행한다면 다음 구조개혁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전시의 재정 협조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도 완공했습니다. 정부의 '대학 실험실습실 안전환경 기반조성사업' 예산을 통해 열악했던 캠퍼스 안전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입니다. 지난해에는 충남대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직장어린이집도 준공했답니다.
-신임 오덕성 총장님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총장으로서 어떤 사항에 대해 결정을 할 때 놓치면 안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구성원의 안위'와 '학교 미래발전 가능성'입니다. 그 기준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충남대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국립대가 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No. 1 국립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구성원 모두가 최고의 명문대를 만들 수 있다는 의지를 갖길 바랍니다. 오덕성 신임 총장님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분입니다. 학내 구성원들과 힘을 합쳐 충남대 발전을 위해 큰 업적을 이뤄내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들과 재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이 시절은 세상을 향한 본격적인 삶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졸업을 한 후 사회에 나가면 한 번의 실수가 자칫 치명적일 수 있지만 대학 생활때는 실수해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가능한 최대한 많은 실수를 해보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게 크답니다.
요즘 금수저니 흙수저니 말하는데 젊은이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삶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가령 내가 흙수저라 칩시다. 그럼 이 난관을 어떻게든 극복해서 내 자식한테는 금수저를 준다는 배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해법 없는 문제는 없습니다. 고민하면 다 나옵니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어려움이 와도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인식으로 인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충남대 총동창회가 새로 구성됐습니다. 동창회와 동문들에게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
▲한승구 전임 회장님과 지난 4년간 임기를 같이 했습니다. 충남대 발전을 위해 누가 더 잘하나 선의의 경쟁을 했지요(하하하).
세종충남대병원을 유치하는데 전폭적으로 도와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강도묵 신임 회장님도 모교 발전을 위해 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살아오시면서 보람과 기쁨으로 생각되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실까요.
▲37년의 세월을 함께 한 아내를 만난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교회 학생부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끈질긴 구애를 했습니다. 평생 묵묵히 옆에서 내조해준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충남대 교수가 되기까지 4년간 무려 10여 개의 직업을 거쳤습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직원에서부터 학원 강사, 컴퓨터 사업, 완구점 사장, 보세신발 장사 등 안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직업 활동을 통해 그 속에서 몸소 얻은 경험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시지요.
▲퇴임을 앞두고 지난 4년간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지금은 재충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올해가 안식년입니다. 당분간 자연속에 파묻혀 바다와 산을 거닐며 쉬고 싶습니다.
어느정도 심신이 회복됐다고 판단되면 1년후 강단에 설 예정입니다.
학생들에게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지적 자산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축적된 삶의 경험과 배운 것들을 나누고 재능 기부를 하면서 영적·지적 봉사를 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고 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 지역에 명성이 있는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지역민에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남대는 국내에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대학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충남대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충남대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할 것으로 믿습니다. 애정으로 지켜봐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정상철 전 총장은= 1954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남대 전자계산소장, 한국테크노마트 이사, 기획처장, 경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조달청 업무심사평가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16대 임원(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담=한성일 취재4부장(부국장)
정리=성소연·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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