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부터 영화 풍년입니다. 작품도 많고 작품성도 좋아서 영화 마니아들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뉴미도 매주 영화를 선정함에 있어 큰 애로가 있답니다. 재밌는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겠죠.
이번주 뉴미는 영화 ‘대니쉬걸’을 골랐습니다.
배경은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 아내 게르다는 초상화 화가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아끼고 사랑하는 동반자이자 파트너다. 게르다는 발레리나 모델 울라를 그리고 있던 도중 잠시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 남편 에이나르에게 잠시 대역을 권합니다.
마지못해 아내의 부탁을 들어준 에이나르는 드레스를 입고 스타킹을 신고 캔버스 앞에 섭니다. 스타킹의 감촉, 드레스의 느낌… 그날 이후로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죠.
이후 파티에 초대받은 에이나르는 자신의 유명세를 부담스러워하고 게르다는 다시 한번 여장을 권유합니다. 또다시 마지못해 여장을 하고 파티에 참석하죠. 그곳에서 만난 헨릭이라는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으며 키스를 나누게 되고 부인 게르다가 이 모습을 목격하며 부부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결국 에이나르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이대로 남자로 살 것인가,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여자로 살 것인가.
영화 ‘대니쉬걸’은 세계 최초 성전환수술을 받은 화가 ‘아이나 베게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실제로 자궁와 난소까지 모두 이식받았지만 거부반응으로 숨졌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아내인 ‘게르다’입니다. 자신의 권유로 듬직했던 남편이 성정체성을 찾아 여성이 되겠다 말합니다. 게르드는 혼란과 충격에 빠지지만 이내 남편의 결정에 동의하죠. 그리고 삶이 끝나는 날까지 옆에서 든든한 친구로 가족으로 남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오히려 주인공 릴리(성전화 후 에이나르의 이름)보다 게르다의 슬픔이 더 커보였노라고 말합니다. 여자가 된 릴리는 계속 새로운 사랑을 찾지만 자신의 전부였던 에이나르를 잃은 게르다는 철저히 혼자가 되고 말죠. 영화를 보면서 게르다와 릴리의 사랑과 감정변화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니쉬걸에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많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벤 휘쇼 등 할리우드의 매력남녀들을 모두 모였습니다.
에디 레드메인은 지난주에 개최된 제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 남우주연상으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습니다.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위협하는 강력한 수상후보자로 꼽혔는데요. 결국 오스카는 디카프리오에게 넘겨줘야만 했죠.
에디 레드메인은 대니쉬걸 시나리오를 받고 1년간 여자의 몸짓, 말투, 행동 하나하나까지 연구했다고 합니다. 결국 스크린에서 불태운 놀라운 연기력은 실제로 이 사람이 여자는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생기게 하죠. 에이나르에서 릴리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 그에게 개인적으로 뉴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싶군요.
1930년대의 패션을 철저하게 고증해냈고 주인공 부부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대니쉬걸의 숨겨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 관람가라 박스오피스 순위는 다소 주춤하나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냥 날아가게 둬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침통 내뱉는 게르다의 한마디가 가슴에 꽤 오래도록 남을 영화입니다. 비가 내릴 예정인 이번주 주말, 뉴미의 추천대로 대니쉬걸 어떠세요? /이해미 기자
대니쉬걸 명대사는?
*나는 릴리처럼 생각하고, 릴리처럼 꿈을 꿔. 그녀는 늘 내안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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