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모습. |
공연은 소리꾼 남상일의 진행으로 재치 있는 입담을 얹어 진행됐다. 대전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효분)은 부채춤, 진도북춤, 사풍정감(士風情感)등으로 구성했다.
배경 프로젝트를 샤 막에 투사해 꽃이 가득한 무대가 열리며 부채춤이 시작됐다. 부채춤은 펴고 접고를 반복하며 발길을 옮기는 대열의 교차 속에서 화려함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족두리를 머리에 얹고 살짝살짝 고갯짓하는 동작은 신무용의 아름다움에 생명을 얹은 춤사위였다.
박병천류의 진도북춤은 북장단과 춤사위를 즉흥적으로 펼치는 춤이다. 홍일점인 예술감독 김효분과 남성 3인의 춤으로, 양손에 북채를 투박하게 쥐고 앞으로 나아가거나 빙빙 돌며 춤을 춘다. 그들의 꺾어 올린 팔은 속도감 있는 춤과 함께 멋들어진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사풍정감(士風情感)은 3인, 5인, 7인 등의 구조를 이루면서 고고한 자태의 외발서기, 도포자락을 내리치기로 힘이 깃든 품위를 보여주었다. 양반들은 마지막 느려진 가락에 두 손을 살짝 모았다가 톡, 펼친 부채의 능란한 손길로 한량미의 멋을 더 했다.
농악의 설장구춤에서 만든 장구춤은 가락과 춤사위를 이끌어낸 춤이다. 한복 위에 장구를 멘 춤꾼들의 모습들은 화려하면서도 정갈하다. 어쩌면 저렇게 하나가 돼서 두드릴 수 있을까. 거기에 장구를 멘 채 뛰어오르는 여인들의 발놀음, 무리를 지어 앞에서 뒤로 움직이되 각이 진 대열을 깨끗하게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97호)은 김효분 예술감독이 추었다. 액운을 물리치기 위한 춤으로 흰 치마저고리와 살풀이 수건에 감정을 실어 담아냈다. 바닥에 깔린 멍석은 종이가루를 펼쳐 만들었고 조명에 따라 붉은 꽃가루가 되어 날리다가 황색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건을 어깨에 얹을 때는 몸부림과 한이 짙게 배어 있으면서도 춤의 절제미가 살아 있었다. 마지막 춤 천고(天鼓)에서는 3단으로 쌓아 올린 북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대전의 도약을 기원하는 공연으로 힘차게 북의 대합주를 담아냈다.
관객들은 극적인 몸짓에서는 숨을 죽이기도 하고 신이 나게 두드릴 때는 “얼씨구”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소리꾼의 이야기를 춤에 가미함으로써 재미를 곁들인 공연이었다.
▲ 이찬주 춤자료관대표·춤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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