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문인지 이 원장은 자신의 임기동안 직원들간 결속력과 더불어 자신감이 한 층 높아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 자부한다. 인터뷰 동안 '우리 연구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 이 원장에게서 기초지원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창립멤버로 연구원 내부서 성장한 인사가 원장이 된 사례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 27년 역사상 처음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기초지원연 발전역사와 함께해왔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다. 그동안 여러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모두가 노력하면서 기관발전을 위한 역량결집은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지난 4년 동안 부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원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지면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꼭 잘 해내리라”라는 꿈과 희망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동안 기초지원연은 아래서부터 성장해 온 인사가 원장을 맡는 경우는 전무했다.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원장을 맡았거나 외부에서 영입된 중견급 연구원이 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이지 않는 그 법칙이 깨졌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 연구자들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에게 프라이드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구성원 간 결속력을 다지고 자신감을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과학과 거리감이 있는 일반인이 명칭만 놓고 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초지원연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며, 두 기관을 쉽게 구분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 지 궁금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국가의 연구시설 장비를 총괄 관리하고 공동 활용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기관이다. 그런데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프런티어적인 연구를 위해 큰 예산과 고급 인력을 투입해 큰 규모의 거대 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두 기관은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적 전문 장비들은 구입과 관리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만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문인력이 있는 곳에 모아두고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초지원연의 역할을 이해하면 된다.
한마디로 쉽게 표현하자면 기초지원연은 다분히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강하고 IBS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
-연구장비 이야기가 반복되니까 마치 기초지원연을 단순 연구 장비를 대여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도 다분한데 어떤가.
▲연구장비를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매우 전문화 돼 있어 연구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은 장비를 운영하기 조차 어렵다. 그렇기에 기초지원연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도록 하기보다는 곳곳에서 필요로하는 장비를 잘 운영하고, 지원하고, 활용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다하면서 기초지원연의 위상을 새롭게 할 계획이다.
이를 테면 MRI 촬영 시 찍는 방법은 물론 찍은 후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해석 후 다른 방향으로 찍거나 다른 부위를 찍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데이터를 완벽하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초지원연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한다. 좋은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 좋은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결국은 좋은 연구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반복되는 질문일수도 있는데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기초지원연의 또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 연구원은 세계 최첨단 연구장비와 우수 연구인력 인프라를 통해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와 함께 창조적 성과를 내는 기관이다. 나아가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들어 획기적인 융합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을 지향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현재 기초지원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대형연구장비를 기반으로 의약학, 융합생명, 환경, 나노, 장비개발 등 총 616점 약 2590억원의 장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기초지원연은 이런 첨단연구장비를 활용해 재난·재해 대응 기술, 친환경 기술 등 사회현안 해결 분석기술 개발과 활용·확산 노력으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전 분야에 걸쳐 창조경제는 비켜갈 수 없는 화두다. 그러다보니 연구성과 상용화와 중소기업지원 등 출연연에도 창조경제가 강조되고 있다. 창조경제와 관련해 기초지원연의 계획과 방향성이 궁금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창조경제에 관련된 일을 해왔다. 연구원 특성상 중소기업과 함께 일을 진행한다. 정부에서 주문하는 창조경제는 어려운게 아니라 생각한다. 즉 기술개발을 했으면 그것을 상품화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꿔봐라, 내버려두지 말라는 뜻이라고 여겨진다.
결국, 우리 경제를 세우고 이끌 견인차 구실을 하는 것은 과학기술이다. 이런 면에서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인들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 관심을 둬달라는 정부의 뜻으로 비춰진다.
기초지원연도 일부러 창조경제에 연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창조경제를 이끌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창조경제 활성화와 함께 대학이나 민간업체에서 할 수 없고 출연연에서만 할 수 있는 미래 선도영역인 국가적 사회문제 해결 등 거대 미래 대응 연구도 꼭 해야한다.
-그동안 기초지원연에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환경동위원소 관련 분석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오래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환경동위원소를 활용해 배추 등 식품원산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다. 이는 국가사회문제 해결 분석기술 개발과 재해·재난 대응 기술, 국가과학수사 등과 관련한 연구로써 자부심을 느낀다.
-끝으로 2년후면 기초지원연 설립 30주년이다. 30주년을 바라보는 각오를 들어보고 싶다.
▲기초지원연은 알다시피 최고 성능의 장비를 보유하면서 또 이를 잘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우리 연구원의 구성원들 모두가 기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특히 연구자들은 장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기초지원연의 장비 수명은 다른 곳에 비해 수명이 2배 정도 길다. 이처럼 장비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기초지원연의 '전문 인력' 때문이다. 앞으로 2년후 설립 30주년을 바라보면서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다양한 특성화 전략으로 기초지원연이 세계과학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프로필=서울대 지질학과 졸업, 서울대 지질학과 석·박사 학위 취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재난분석과학연구단장·환경과학연구부장·동위원소분석팀장·환경추적자팀장·부원장·원장
대담=이승규 취재3부장(부국장)
정리=최소망 기자·사진=기초지원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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