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건강한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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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건강한 '우리'가 되자

  • 승인 2016-03-01 12:59
  • 신문게재 2016-03-02 23면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겨우내 비워두어서 그런 지 아직 썰렁하게 느껴지는 강의실 복도가 새로운 교재 더미로 어수선하다. 개강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수업으로 돌입하면서 학생들은 운명적 빼곡함(?)이라 말하며 웃는다. 두어 달 쉬어서 그런가 빡빡한 수업 일정을 선선하게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미소 앞에서 조금은 미안하고 한편 대견하기도 하다.

강의 내내 창밖으로는 갑작스런 눈발이 날렸다가 그치고 햇살이 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고, 무엇인가 끝내고 또 시작하는 이 계절은 어느 새 스며든 봄기운처럼 신선하면서도 어설프고 불안정하다. 인터넷을 달구는 모 대학의 신입생 OT 소식도 새로운 시작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25禁, 술자리, 무릎, 성희롱 등 어디 보통 술집에서는 들을 수도 없는 단어들이 가히 충격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다하여 이런 저런 형태로 건전하게 변하려고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의 신입생 OT에서 문제가 또 생긴 것이다. 음주나 폭력, 선배의 강압 등 이제까지 문제들과는 다른 차원이라 더욱 심각하다.

누구는 그렇게 문제가 많으니 신입생 OT를 없애라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라도 또 생겨날 것이다. 왜냐하면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 운영되는 것이 문제이지, 제대로만 기획하고 운영한다면 신입생 OT도 필요한 것이다.

사실 통과의례는 인간의 출생이나 성장, 죽음 등과 관련된 보편적인 의식으로 그 이전의 단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때 치르는 의식이다. 그런데 이 의미를 확장(?) 혹은 왜곡(?)해서 특정한 집단에 속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절차로 쓰는 경우가 많다. 흔히 신입식이라 칭해 새로운 구성원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이나, 담력을 시험하는 게임이나, 시험에 들게 하고 더러운 벌칙을 주는 등의 행위들이 그것이다. 애써 변호해보자면 일탈행동을 함께 함으로써 개인과 개인간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참여자들의 안전이나 생명을 위협하고,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했으니 너도 해야 한다는 식의 답습이라면 절망적이다. 문제가 있으니 없애기 보다는 필요성이 있기에 생겼을 것이라 보고 고쳐볼 생각을 해야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라는 단어를 참으로 많이 쓴다.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형제가 여럿이라면 당연하지만 외동조차도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한다. 이런 언어는 우리의식(we-consciousness)과 관련이 있다고 문화 학자들은 말한다. 농경사회에 근원을 두고 모여 살았던 우리 민족은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고 집단주의적 언행을 많이 한다. 물론 이런 '우리 의식'이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우리 민족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문화적으로 개인보다는 집단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라는 단어의 어원은 '울+이'라고 한다. 즉 '우리'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집단주의적 성향이지만 울타리 안에 있는 내집단과 울타리 밖에 있는 외집단을 구분해서, 내집단에게는 정겹게 행동하지만 외집단에게는 매우 배타적인 특성을 보인다. 결국 울타리를 넘어 들어갈 만큼 시간이 필요하거나, 유사점이 있거나, 또는 특별한 계기를 통해 일치감을 느껴야 '우리'에 속하게 된다. 그러니 기존의 구성원도 새로운 구성원도 서로에게 문을 여는 노력을 하는 게 마땅하다.

신입생 OT도 건강한 '우리 의식'을 가지도록 제 기능을 찾아야 한다. 부모님께 의존해서 공부와 시험의 시간 속에 갇혔던 수험생들이 보다 자율적인 청년기로 진입하는 의미를 어떻게 알게 해줄지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탐구할지 안내받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대학에 소속되는 느낌, 선후배간에 인격적으로 다가가는 경험이 되도록 해보아야 하겠다.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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