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3시 대전고등법원 법정 앞에서 13년 전 노은시티빌 분양 피해자들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 분양대책위원장 A씨 재판의 변론을 지켜봤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최모(57)씨는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2003년 11월 노은시티빌 45평형 주택을 분양받았다.
계약금과 중도금 1억3800만원을 납부한 상태에서 시행·시공사 J 건설의 부도로 2004년 10월 공사가 중단됐고, 최씨는 소유권 등기를 못 한 상태에서 지금껏 분양대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분양받은 주택의 잔금 일부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분양자대책위원회 A씨는 내가 분양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지금은 A씨 회사 이름으로 등기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월세 사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노은시티빌에 거주하는 김모(62)씨는 엊그제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자신의 집을 공매에 부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준공이 안 돼 지금까지 부도난 시행·시공사 등기가 유지된 상태서 실체가 없는 시공사의 체납세금을 주택공매로 환수하겠다는 것으로 김씨의 주택이 임의로 매각될 상황이다.
이처럼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 유성 노은시티빌 분양자들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3년 7월 분양을 시작해 내 집 마련의 기대에 차올랐던 분양자들은 1년 만에 공사 중단을 겪으며 노은시티빌의 시련이 시작됐다.
시행·시공을 맡은 J 건설은 공사대금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부도상태에 빠졌고, 분양이 이뤄지던 2003년 8월 은행에서 주상복합 건축예정지를 담보로 320억원을 대출하는 부동산신탁계약서까지 체결한 상태였다.
현재까지 노은시티빌이 자리잡은 토지(943㎡)는 부동산신탁회사 소유로 분양 주민들이 얼마를 갚아야 되찾을 수 있을지 우려를 사는 부분이다.
분양자들은 2005년 7월 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다시한번 시련을 겪어야 했다.
대전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분양자대책위원회를 통해 공사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전 분양자대책위원 대표에 의한 횡령과 배임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를 재개하고자 분양자대책위원회는 주택에 대한 시행·시공권을 시행사에서 넘겨받은 후 미분양 및 계약해지 아파트를 직접 분양해 나머지 공사를 끝내고 사업부지까지 확보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분양자이자 또다른 건설사를 운영하던 A씨를 대책위원장에 선출했으나, 대규모 횡령·배임이 발생했다.
대전지법은 이날 판결문을 통해 “분양자대책위원장이던 A씨가 수분양자에게서 받아 보관하던 분양잔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전 시행사 대표에게 대여한 채권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주택을 자신의 회사 등에게 소유권이전등기해 공사 재개를 바라는 분양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과 횡령에 대해 유죄로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A씨와 검찰의 항소를 거쳐 오는 28일 대전고법에서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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