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렬사 |
올해로 '3·1 만세운동'이 97주년을 맞았지만 지역 내 현충시설은 방치된 채 그 의미를 잃고 있다. 일부 시설은 출입조차 불가능한데다 홍보 또한 부족해 시민들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국가보훈처 현충시설 통합정보에 따르면 대전에는 충렬사, 문충사, 윤봉길 의사 동상, 신채호선생 생가지, 송병선선생 순국지 등 5곳의 독립운동 현충시설이 있다. 충남과 충북에도 유관순열사 생가, 한용운선생 생가, 기미독립만세 추념비 등 모두 116곳(충남 73·충북 43)이 현충시설로 지정돼 있다.
현충시설은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들의 공훈·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5년부터 지정·운영돼 오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29일 둘러본 대전지역 현충시설은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 송병선·송병순 형제 동상 |
낮 12시 동구 용운동 문충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충사는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에 통탄해 자결한 송병선·송병순 형제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외부 정원에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굳게 쥔 송병선·송병순 형제의 동상이 눈이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가 보려 했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두 형제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과 조선시대 서원양식을 따른 용동서원을 문하나 사이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동구 성남네거리에 위치한 '송병선 선생 순국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송병선 선생은 을사조약 체결 소식을 듣고 고종에게 을사5적 처단과 조약 파기를 건의한 뒤 이곳에서 자결, 순국했다.
생가지는 1993년 신협이 들어서면서 철거돼 현재 순국비와 안내판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웃주민과 신협을 찾은 고객들에게 “송병선 선생 순국지임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대부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중구 부사동 충무체육관 앞엔 윤봉길 의사의 동상이 우뚝 서있지만 비문이 녹스는 등 애국정신의 빛이 바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9일 개관한 신채호 선생 생가의 단재 홍보관에만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 독립운동 현충시설이 살아있는 역사교육현장인 만큼 순국선열을 기리면서 시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문화유산단체 관계자는 “대전에도 순국선열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이를 기념할만한 콘텐츠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민들로부터 잊혀지는 것 같다”며 “현재 문충사와 충렬사에서 매년 올리고 있는 제향을 시민 참여행사로 확대하고 나머지 현충시설은 학교 역사탐방이나 견학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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