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요양병원 입원 제외 대상에 에이즈 감염인이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즉 요양병원에 입원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진료거부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요양병원들은 '전염성질환자는 요양병원 입원대상이 아니다'라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들어 에이즈 환자 입원을 거부했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 에이즈 감염인은 모두 240명으로 이 가운데 8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역의 에이즈 감염 환자들은 급성기 병원에서 진료 등을 받아왔으나,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을 옮겨다니거나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해왔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에이즈 감염자들에게 지원하던 간병비를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저소득 중증환자의 경우에만 매월 40만원의 간병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에이즈 단체들은 요양병원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 인권위에 제소하는 등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 감염자들의 요양병원 입소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지역 요양병원들의 반발 움직임도 거세다. 지역의 A요양병원 전문의는 “에이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볼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요양병원에 떠넘기는 꼴이다. 시립이나 국립 요양병원을 지정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전체 요양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일부 에이즈 환자를 위해서 나머지 요양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기피하는 병원으로 이름을 오르내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로 치료행위에 대해 월별 금액이 정해져 있다”며 “에이즈 환자들이 먹는 약은 특수 항진균제로 월 600만원 가량의 약제비가 소요되는데 의료수가가 인정하는 금액은 3분의 1 수준이다.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가지 피해만 우려되는 에이즈 환자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난 2014년 기준 에이즈 감염인 9615명 중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1135명으로 11.8%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은 거의 없다. 지난해 협회가 전국의 1300여 개 요양병원 중 23개의 공공요양병원과 5개의 민간요양병원에 장기요양이 필요한 에이즈 감염인의 입원을 문의했으나 모두 '격리병실이 없다'거나 '전염성 질환자는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전충남지역 관계자는 “에이즈는 일반적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지만, 지역에서도 대학병원 등 규모있는 급성기 병원외에는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막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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