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잊혀져선 안되는 우리의 아픔… 14년을 기다린 영화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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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잊혀져선 안되는 우리의 아픔… 14년을 기다린 영화 '귀향'

日위안부 피해자 실화 엮어내… 7만5270명 '크라우딩 펀딩' 제작비 마련 개봉 첫날 스크린 점유율 1위

  • 승인 2016-02-25 14:56
  • 신문게재 2016-02-26 1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시네마, 핫클릭!]

이번 주 극장가엔 반가운 영화가 찾아왔다. 14년을 기다린 영화 '귀향'이다. 그 내용이 재밌고 흥미롭기 때문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안다.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에 꼭 보듬어야 하고 매듭을 지어야 하는 '위안부'를 다룬 영화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멀어지지 않고 관심 갖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영화는 개봉 전 전국에 30개도 채 안되는 스크린 수와 상영 일수로 전 국민을 애달프게 했다. 국민의 성원과 원성으로 영화는 많은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에서도 단 한 곳에서밖에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귀향'이 다수 상영관에 걸렸다. 영화는 개봉 첫날인 지난 24일 스크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크게 놀랄 만한 결과는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데만 7만5270명이 정성을 모았다. '귀향'이라는 커다란 영화와 함께 이번주도 새로운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다. 배우 공유와 전도연의 정통 멜로물 '남과 여',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의 이야기 '스포트라이트', 소아암 어린이의 희망을 담은 '레터스 투 갓', 첫사랑의 추억 '순정' 등 장르도 풍성하다.
앞서 개봉한 영화 중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히어로를 그린 '데드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25일 오전 현재 200만 관객을 넘어섰고 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월트디즈니사의 '주토피아'도 많은 애니메이션 팬을 끌어모았다. 누구나 살고 싶은 '주토피아'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영화다. 개봉 일주일 만에 56만 관객을 동원했다. '검사외전'은 915만 누적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극장 점유율이 10%대를 웃돌며 천만 관객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 주 개봉한 영화 '좋아해 줘'와 '동주' 중엔 유아인, 이미연 등 화려한 배우를 포섭한 '좋아해 줘'가 앞선다. 관객 57만 명이 영화를 봤다. '동주'는 32만 관객을 기록했다.

●귀향

1943년 어느날 아무것도 모른 채 보따리를 싸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가족과 고향을 떠나게 되는 정민(강하나)은 “정신 하나만 똑바로 챙기면 돌아올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집을 나선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기차에 몸을 싣던 정민은 영희(서미지)를 만난다. 둘이 도착한 곳에선 일본군의 끔찍한 폭행과 폭언, 그리고 아픔을 마주한다. 그리고 현재. 그곳에서 돌아온 영희는 어느새 노년이 됐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 어린 은경이 자꾸 신경쓰이는 영희는 은경을 곁에 두고 싶어한다. 영희의 머릿속엔 자꾸 어떤 장면이 그려지고 '위령제'를 지낸다.

영화 '귀향'은 강일출 할머니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시나리오를 썼다. 강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조 감독은 영화로나마 낯선 곳에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넋'을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는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크라우딩 펀딩'이라는 모금형식으로 영화 제작비 12억여원을 마련했다. 그렇게 7만5270명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배우와 스텝도 재능기부로 뜻을 함께한 결과다.

전도연-공유, 정통멜로로 만났다

●남과 여

핀란드 헬싱키, 아이들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우연히 먼 북쪽의 캠프장으로 향하는 길을 함께한다. 폭설로 도로가 끊기고 아무도 없는 하얀 숲 속 오두막에서 둘은 서로를 안게 되지만 곧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8개월 후 서울에서 일상을 보내는 상민 앞에 거짓말처럼 기홍이 다시 나타나고 둘은 걷잡을 수 없는 끌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영화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여심사냥꾼 배우 '공유'의 첫 정통 멜로 작품이다. 상민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과의 섬세한 감정연기로 미묘한 감정선과 사랑을 표현한다. 누군가의 아내와 남편으로 정작 자신의 외로움은 잊고 살았던 두 남녀가 '남자'와 '여자'로 다시 만나게 된다. 만남부터 끌림, 걷잡을 수 없는 몰입의 순간과 위기, 그로 인한 슬픔까지. '남과 여'는 사랑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파고와 그 안에 내재한 드라마를 따라가며 마음 속 잠자는 사랑의 감정을 깨운다. 영화 '남과 여'는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 정통 멜로다.

숨겨진 진실 쫓는 '막강 취재팀'

●스포트라이트

미국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 사(社)의 4인 취재팀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다. 진실에 다가갈수록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취재는 벽에 부딪힌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밝혀진 사제들의 얼굴에선 충격적인 스캔들이 드러난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2002년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끈기와 근성으로 진실을 파헤쳐 최고의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한 일화를 그렸다. '비긴 어게인'의 마크 러팔로가 주인공인 열혈 기자 '마이크 레벤데스' 역할을 맡았다. 실제 인물과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이며 이 시대 진정한 기자 정신을 보여주는 힘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전세계 64개 시상식 215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암투병 꼬마,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레터스 투 갓

친구들과 한창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무시무시한 병마와 싸워야 하는 8살 소년 타일러(테너 맥과이어). 그런 타일러에게 가장 큰 기쁨은 친구인 샘을 통해 학교 소식을 전해 듣는 것과 지붕 옆 작은 테라스에서 별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매일 아침 우체부 아저씨에게 하늘로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는 일이다.

그런 타일러의 편지를 전달받는 우체부 브래디(제프리 존슨)는 이혼의 아픔을 매일 술로 달래며 지각과 결근을 일삼는다. 게다가 성격도 까칠하다. 그런 브래디에게 투병 중에도 희망을 담은 타일러의 편지는 브래디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천국으로 배달할 수 없는 편지는 점점 쌓여가는데 타일러의 희망은 어떻게 지켜질까.

영화 '레터스 투 갓'은 성서학을 전공한 데이비드 닉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누군가의 간절함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신실한 사랑을 쏟을 때 신앙의 힘이 기적을 발휘한다는 뜻을 전했다.

영화는 기독교 색채를 전체에 담고 있다. 암 투병 중 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희망을 전달한다. '당신을 위한 가장 따뜻한 편지'가 겨울의 끝자락에 찾아왔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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