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4일 시중 은행장과 증권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ISA 준비상황 점검회의'에서 “수익률은 적당히 맞추고 유치 고객수나 점유율 같은 외형 경쟁에 치중하고자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이는) 방향을 잘못잡은 것”이라며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임 위원장은 또 금융상품을 팔 때 기본적인 정보나 투자위험성 등을 안내하지 않는 불완전판매를 언급하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활을 건 고객 모시기 경쟁이 이미 불붙은 상황에 금융위의 이 같은 경고 시그널이 업계 간 경쟁 자제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3월 14일 출시 예정인 ISA는 하나의 통장에 예·적금은 물론 채권, 펀드, 파생결합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능통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게다가 연간 2000만원 한도로 5년(의무가입기간) 동안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하고 순소득 2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ISA를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핵심과제'라며 적극 홍보해 온 금융위의 후방 지원도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문제는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금융사의 ISA상품이 더 좋은 것인지 알기 어렵고 이를 중립적으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채널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체계적인 자금계획 없이 무턱대고 ISA에 가입하면 의무가입기간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의무가입기간(서민형·청년형 가입대상자는 3년)을 유지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ISA는 전문가에 의해 표준화된 일임형, 투자자별 맞춤형 상품인 신탁형 등이 있는데 일임형은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일임받은 범위 안에서 편입상품을 결정·운용하는 것이어서 원금손실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가 ISA 시판을 앞두고 파생상품 투자권유자격 취득 과정에 필요한 집합교육을 온라인교육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 ISA 불완전 판매 염려도 커지고 있다.
비영리사단법인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ISA가 불완전한 상태로 시판되고 있는 만큼 서둘러 가입하기보다는 제도가 보완되고 시장에서 정착된 후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며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대책 없이 ISA를 시행한다면 불매운동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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