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가 좋아 작은 보트까지 장만했는데 낚시 한번 가려면 보트를 바다로 운반하고 다시 뭍으로 끌어올려 놓아야 하는 게 여간 힘들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는 '물과 뭍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보트를 내손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일념으로 40년 밥줄이었던 자동차 정비 일을 그만뒀다.
이때 그의 나이 쉰다섯. 금산에서 평생을 바쳐 일궈놓은 정비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모아놓은 재산을 탈탈 털어 보트 연구를 시작했다.
자동차에 대해선 자신이 최고라는 확신이 있었고 차의 작동원리를 조금만 보트에 적용하면 될 것 같았다.
예측은 쉽게 빗나갔다. 보트가 해상과 육상을 자유자재로 누비려면 주행환경에 따른 변환과 엔진구동, 조타방식 등 고려해야 될 게 한둘이 아니었다.
대당 3억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업체의 제품보다 더 혁신적인 보트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사이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돈이 수십억원을 넘었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요. 그런데 저를 믿고 같이 고생해준 직원들을 보면 차마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 3~4시간 쪽잠을 자가며 연구에 매달린 끝에 드디어 2014년 길이 7m짜리 수륙양용보트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김중재씨는 그해 성동마린을 창업하고 보트 모델명을 '프리어스(Free Earth)'라 지었다.
공간 제약 없이 제힘만으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보트를 만들겠다는 그의 숙원이 5년 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또 경쟁제품과 비교해 자동화시스템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핵심부품을 보트 안에 매립해 내구성을 확보했다. 성능 대비 가격은 30~40% 저렴하다.
레저용은 물론 인명구조·화재진압·군 작전용까지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보트를 제작할 수 있어 비즈니스모델 확장도 쉽다.
최근 프리어스 1대를 부산 영산대에 해양레저 전문인력교육 실습장비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중재 대표의 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어부들을 위한 '수륙양용어선'을 만드는 것이다.
바다에 항상 묶어놔야 하는 어선은 해수에 의한 부식, 비바람 등 자연재해에 그대로 노출돼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제적인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어부나 선주들의 고통을 눈앞에서 보고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20여 년 낚시로 덧없이 세월만 낚은 게 아니었다.
김중재 대표는 “아내와 장성한 아들들이 이제 좀 편하게 살라는 말을 하지만 지금 내 나이가 요즘 세상 나이로는 마흔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국내에선 누구도 생각지 않고 가지 않으려던 길을 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개척한 만큼 수륙양용보트 대중화와 기술 혁신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