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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봄은 가장 힘이 세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작은 몸부림으로 뚫고 나오고 비를 내리게 해 대지에 얼었던 겨울의 기운을 몰아낸다. 이뿐인가. 개구리와 동면했던 동물들을 하나둘 깨우고 온 세상에 알록달록 꽃을 피우게 한다.
2월19일은 24절기 중 두번째인 우수(雨水)에 속한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가 되는 절기인데 대동강 물을 녹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봄이 성큼 왔다는 뜻일 게다. 이번주 초반 반짝 추위가 막판 기승을 부리려 폭설이 내리고 강풍이 불었지만 다가오는 봄 앞에서는 결국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농경사회에서 비는 소중한 존재다. 물이 없다면 작물이 클 수 없고, 물이 없다면 대지도 사람도 말라간다. 대지가 물을 머금고 싹을 틔우는 것,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첫발이자, 잉태의 순간인 것이다.
우수가 다가오면 옛 농민들은 논과 밭두렁을 태웠다.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것인데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쥐불놀이다. 쥐불놀이는 한해의 시작을 농산물의 성장과 재산증식을 상징하는 모방주술적 관념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농약 덕분에 병해충이 사라졌고, 화재사고를 이유로 논밭을 태우는 옛 풍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지역 곳곳에서는 액운을 막으려는 작은 행사들이 진행된다고 하니 사라져가는 민속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19일부터 3월4일까지 15일 동안 ‘우수’ 절기에 들어가는데, 이 사이에는 정월대보름이 껴 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15일로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설날과 추석 다음으로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기는 세시풍속으로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동제의 주류였다.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 비가 내려 싹을 틔우는 우수 절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아쉽게도 19일 전국에는 비가 내리는 곳은 부산과 제주도뿐이다. 다행히 꽃샘추위는 자취를 감췄으니, 슬며시 다가오는 봄을 가슴 열어 맞이하면 된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을 기다리며, 봄비에 깨어나는 만물들의 노랫소리에 기울여 보자.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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