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그래도 교육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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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그래도 교육이 희망이다

  • 승인 2016-02-17 14:33
  • 신문게재 2016-02-18 22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지식수준이 높은 나라는 망할 수 있어도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이것은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영국의회연설에서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지식수준과 교육 수준은 어디까지 같고 어디에서 구별되는 개념일까? 또 우리나라는 지식수준이 높은 나라인가?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인가? 곰곰이 따져봐야 할 일이다.

19세기에는 국방력, 즉 어느 나라가 첨단 무기를 더 많이 갖고 있는가가 국력의 기준이었다. 20세기는 경제력, 즉 어느 나라가 부존자원을 더 많이 갖고 있고 합리적인 경제 운용체제를 갖추고 있는가가 국력의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교육력과 정보력, 즉 IT 기술을 통해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먼저 갖게 되느냐가 중요한 국력이 되고 있다. 1차 산업사회에서는 토지가 재산이었기에 누가 비옥한 땅을 많이 갖고 있는가가 중요했다. 2차 산업사회에서는 현금과 유가증권이 재산가치였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는 지식정보가 재산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으로 보면 세계 109위, 인구수로는 세계 27위인데 경제지표로는 이미 20-50 club에 들어가 있고, 물류량 세계 7위에서부터 다른 지표들도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 있기에 G-20 회원국이 되어 있다. 조선, 자동차,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서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다. 3년 1개월 2일간 6·25 한국전쟁을 치르고 났지만 50년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포츠나 청소년 과학(수학·화학·물리·지학·생물) 올림피아드에서도 상위권에 입상해오고 있다. 세계적인 정치지도자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세계적인 경제지도자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나라다. 그리고 단군이래 가장 풍요롭게 살고 있다.

세계 170여 개국 사람들은 한국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고 부존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모범 사례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 180여 개국에 3만여 명의 선교사가 파송돼있고 가톨릭과 불교와 기독교가 갈등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기후와 음식과 언어에 있어 쉽게 적응하고 평화 지향적인 민족성을 갖고 있는 나라다. 조선왕조 518년(1392~1910) 역사는 14세기 이후 세계 최장수 국가이며 고구려 705년, 신라 992년, 백제 678년, 고려 474년 역사도 세계적으로 장수한 왕조였다. 우리 한글은 창제자가 분명하고 창제원리 또한 천지인(天?地?人)과 발성 기관을 본떠서 만든 가장 과학적인 언어이기에 이미 UNESCO에서 칭송을 하고 있는 언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이른데 대해 교육과 교육자의 공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축복은 그것이 유지 관리되고 감사의 대상이 될 때에만 진정한 축복이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가난과 싸워 이겼는데 풍요와 싸워 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질적으로 승리했지만, 정신적으로 패배했다. 푸른 꿈을 누리며 살아야 할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 '흙수저론',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취업, 주택, 인간관계, 꿈)에 울부짖고 있으며,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나라이며 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해 국가적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우선해결사항으로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해결을 염려하고 있는 나라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이 교차되면서 불신, 불안, 무목적, 무의미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나단 푸시 전 하버드대 총장이 지적한 대로 ①함께 부를 노래가 없고 ②높이 흔들 깃발이 없으며 ③믿을만한 진리가 없고 ④존경할만한 지도자가 없다. 교육은 인간을 목수로 만드는 게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일치할 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행운(네 잎 클로버)을 찾기 위해 무수한 행복(세 잎 클로버)을 짓밟고 다니는 꼴이 되었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 타고난 본성과 잠재력을 교육과 훈련을 통해 현실적인 실력으로 개발해야 한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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