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수 금산 상곡초 교장 |
박군은 중학교에 다닐 때에도 가끔 편지를 보내오곤 했고, 친구들과 내 집에 놀러오곤 했다.
박군은 대전의 D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의 명문 Y대를 졸업한 후 모교인 Y대 박물관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여 년 전 박군과 같은 반에서 공부했던 아이들이 반창회를 한다며 참석해 달라고 해서 금산읍의 한 식당을 찾은 일이 있다.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밖에서 손님이 와 나를 찾는다 해서 의아해하며 나가보니 박군 어머니였다. 박군에게서 오늘 반창회가 있는데 반창회에 내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오셨다며 직접 농사지은 삼으로 만든 인삼주병을 건네주고 가셨다.
2008년 가을, 박군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날 만나고 싶었는데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몰라 무척 찾았었다며 수소문 끝에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알아내 전화를 거셨단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근무하는 학교로 택배가 하나 배달되었다.
박군 어머니가 보낸 홍삼액이었다. 박군의 어머니께 전화를 거니 집에서 농사지은 삼으로 홍삼을 쪄 달여낸 것이라며 적지만 먹고 건강하라고.
몇 년 전 신문에 8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수가 전년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수의 2배가 더 된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학생위주의 학칙을 만들다보니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교사에게 폭언, 폭행을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자기 자식에게 서운하게 했다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니 어떤 교사가 앞장서서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려고 나서겠는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산골짜기 오지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라서 학생 수가 감소해 폐교 위기에 있었으나 아토피 질환 학생들의 전입으로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전교생 중 60%가 넘는 학생이 아토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 경기도, 천안, 대전에서 전학을 와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학부모들이 수시로 찾아와 자기들 입맛대로 요구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의원 원장이 강사비도 받지 않고 직원 3명과 같이 찾아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어 인근 식당으로 모시고 가 점심을 대접하는데 이 원장이 내게 “학교경영하시기 힘드시죠?”라며 이야기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했는데 손님들을 보내고 학교에 오니 강의 도중 학부모들이 학생들 지루하니 교실로 보내자며 한의원장, 담임교사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학생들을 교실로 보냈단다. 멀리서 무료 봉사 온 원장이 얼마나 마음이 상했으면 내게 그리 이야기를 했을까.
학교에 대한 불만,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으로 찾아와 항의를 하고 행패를 부리는 학부모나 학생들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니 학부모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가 존재하는 한 학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교권은 추락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들과의 많은 만남을 통해 학교와 학교의 교육과정을 홍보하고 자녀교육에 대한 의견차를 좁혀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김장수 금산 상곡초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