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의 경우 거주환경이 아파트 중심으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을 만나기에는 쉽지 않아 출퇴근을 이용해 네거리 인사 등으로 후보를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와 유성 등 신도심에선 아파트 입구에 서 있어도 사람을 보기 힘들다. 차량을 이용해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는 구조 때문이다.
후보들은 공식 일정이 없을 때는 언제든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상설 재래시장을 찾는다.
대전의 대표적 시장은 중앙시장, 도마큰시장, 한민시장, 중리시장, 유성 시장 등 선거철마다 시장 투어에 나서는 이유는 역시 유권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이곳을 통해 여론이 머물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서민' 이미지 강조와 시장표 길거리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필수 행보다. 전통시장 상인과 고객의 주 연령층이 선거에 적극적인 장년·노년층이라는 점도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요인이다.
그러나, 대전 중구나 유성갑 등 예비후보가 난립한 곳의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선 이제 정치인은 그만 왔으면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후보들이 비상이 걸렸다.
이유는 바닥 민심을 알기 위해 온다는 것은 허울 뿐이고, 고작 SNS에 올리려 사진을 찍는 게 허다하다는게 상인들의 불만이다.
거물 정치인이 오면 수행원이 더 많아 장사 자체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유성의 한 예비후보는 “어떤 상인은 빨리 사진이나 찍고 나가라”며 자리를 아예 비켜주기까지 한다고 했다. 너무 자주 오는 정치인들 때문에 상인들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횟수가 평균 월 4.6회라고 한다.
요즘 정치인들의 '민심 장보기' 횟수는 일반인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안 갈 수는 없는 곳이기에 일부 후보들은 노하우를 갖고 접근을 한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수행원 없이 혼자 시장을 방문하고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시장을 찾으면 호응도가 더 높다”며 “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고 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사회복지관이 정치인들에게는 필수 코스나 예전 같이 환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게 후보자들의 전언이다.
항상 일정 인원이 머물고 있는데다 후보들은 여론이 담겨져 있는 공간이라 매를 맞는 기분으로 찾는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도 “처음에는 어르신들의 매몰찬 말에 곤혹스러웠으나 이제는 친근하게 들린다”고 했다.
너무 잦은 정치인들의 방문 때문에 노인층들이 짜증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유병로 한밭대 교수(대전 교총 회장)는 “최근 재래시장 상인들의 경제적 곤란이 심각한데, 형식적인 재래시장 탐방에 그치지 않고 상인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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