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대진운 좋은 검사외전…'독주' 누가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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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대진운 좋은 검사외전…'독주' 누가 막을까

복수 꿈꾸는 디자이너 vs 친구의 삶 빼앗는 여자 vs 살인마 쫓는 베테랑 형사

  • 승인 2016-02-11 14:45
  • 신문게재 2016-02-12 1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지난주 개봉한 황정민, 강동원 주연 영화 '검사외전'이 명절 특수를 타고 6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최민식 주연의 '명량'에 이어 일일 스코어 역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주 앞서 개봉한 '쿵푸팬더3'도 300만 관객을 앞둘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검사외전에 비하면 저조하다. 대적할 만한 경쟁작이 없는 것과 어마어마한 상영 스크린 수가 '검사외전'의 흥행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두 배우의 '믿고 볼' 만한 연기력과 통쾌한 복수극 역시 명절날 가족들과 가볍게 볼 만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 '검사외전'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받은 검사 변재욱(황정민)과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경쾌한 버디무비다. 교도소에서 죄수들과 생활하며 산전수전을 겪던 재욱이 치원을 만나 복수극을 꾸민다. 검찰, 정계 등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바로 세워야 할 '부조리'로 그려지는 가운데 일부 영화에서는 적나라한 현실적 '힘의 무게'를 그리고도 있지만 '검사외전'에서는 '권선징악'의 내러티브를 가진다.

'검사외전'이 무겁지 않게 명절 가족들의 걸음을 극장가로 불러 모았다. 이번주 개봉작들 사이에서도 '검사외전'의 독주를 막을 영화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주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동주'와 완벽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으는 '좋아해 줘'가 개봉하기 전까진 '검사외전'의 독주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엔 두 편의 스릴러 영화가 개봉했다. 홍수아와 임성언 주연의 '멜리스'와 스페인 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살인의 늪'이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이터널션샤인'의 케이트 윈슬렛이 '드레스 메이커'로도 찾아왔다.


25년 전 살인누명 쓴 디자이너, 고향에 돌아온 이유

●드레스 메이커

25년 전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하게 쫓겨났던 틸리(케이트 윈슬렛)는 어느날 디자이너가 돼 고향으로 돌아온다. 화려한 드레스 선물로 자신을 경계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자신이 없는 기간 동안 엄마를 돌봐준 테디(리암 햄스워스)와 새로운 사랑도 시작한다. 그러나 평화는 잠깐이다. 틸리는 과거 사건 뒤 숨겨졌던 엄청난 비밀을 찾아내면서 마을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실행에 옮긴다. 수상한 마을 사람들과 더 수상한 드레스메이커 틸리의 화려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로잘리 햄'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조셀린 무어하우스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원작이 가진 신선한 소재와 깊이 있는 주제를 3년의 시나리오 작업 기간을 거쳐 의외의 웃음과 반전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이터널 선샤인'과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의 '케이트 윈슬렛'과 주디 데이비스, 휴고 위빙, 리암 햄스워스, 사라 스누크 등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도 다수 출연했다. 특히 케이트 윈슬렛은 직접 영화 소품을 구하러 다니고 바느질을 배우는 등의 노력으로 제5회 호주영화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색감과 고급스런 소재, 우아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의상은 1950년대 오뜨꾸뛰르의 황금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영화 의상을 담당한 마리온 보이스와 마고 윌슨은 이를 위해 수많은 책을 수집하고 소재를 연구해 각 캐릭터에 맞는 350여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그 중에서도 케이트 윈슬렛의 의상은 몸매를 잘 살리는 단순한 디자인에 레드와 블랙 등 강렬한 색을 입힌 드레스로 준비됐다.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감정을 자극하는 유려한 음악도 영화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친구야, 니 인생 참 탐난다” 한 여자의 위험한 욕심

●멜리스

가인(홍수아)의 집은 가인이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안 돼 가세가 기울었다. 그녀의 삶도 서서히 무너졌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한 가인은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 단짝이던 은정(임성언)을 만난다. 화목한 가정에 안정된 직장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은정에게 가인은 질투를 느낀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자신의 모습에 초라함을 느낀 나머지 자신이 '은정'이라는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가인은 마침내 은정의 삶을 송두리째 훔치려고까지 계획한다.

김용운 감독의 영화 '멜리스'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거여동 여고동창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가인은 현실을 부정하고 허구를 진짜라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경장애인 '리플리증후군'을 앓고 있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김 감독은 “충격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며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멜리스'는 크라우딩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한 영화로 194명이 당초 5000만원의 목표액을 넘은 6270만원을 모금했다.

충격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더해 배우들의 연기력이 개봉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친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는 극악무도한 여성을 연기한 홍수아는 그동안 예능에서 보여준 푼수 캐릭터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임성언 역시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선보였다. 다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비해 다소 느슨한 내러티브는 아쉽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전세계 영화제 휩쓴 스페인판 '살인의 추억'

●살인의 늪

1980년 평범한 한 시골마을에서 10대 자매가 사라진다. 사건 해결을 위해 베테랑 형사 주안과 페드로가 마을로 오지만 사라진 자매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 때문이다. 심지어 자매의 부모조차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처참히 살해된 채로 자매의 사체가 발견된다. 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흘러나오면서 한 청년이 용의자로 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런 물증도 없는 상태서 사건은 계속해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게다가 또 한 명의 소녀가 실종되기에 이른다.

제16회 전구국제영화제에 상영돼 스페인 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린 '살인의 늪'은 2014년 개봉 당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석권했다. 2014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스페인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고야상'에서 주요 10개 부문 등 전세계 영화제 41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살인범을 쫓는 스릴러뿐만 아니라 당시 스페인의 혼란스런 정치적 배경과 그 속의 경찰과 공무원의 무능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정교한 시나리오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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