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감동보다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함께 세상을 떠난 세모녀 사건부터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가다 뺑소니로 안타깝게 죽은 젊은 남편,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부모가 자식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하는 인륜을 거스르는 사건들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악하다 또는 선하다를 논쟁하는 성악설과 성선설을 떠나서 자식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가져본 사람이라면 내 피와 뼈를 모두 주고서라도 그 생명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고픈 본능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자식과 손주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 어느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물며 동물들도 위험이 닥치면 새끼를 보호하고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진대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자식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 전혀 맞지 않다.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은 나는 우리 사회가 기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基本)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한마디로 근본이자 토대이다.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부모가 됐을 때 부모의 기본은 자식을 잘 돌보고 키우는 것이다. 이 사람이 선생이 됐을 때는 제자에게 건전한 지식을 전달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의 기본은 무엇일까? 당연히 배우는 자로서 스승을 공경하고 학업에 최대한 힘쓰는 것이다. 의사의 기본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진료시간이 끝나서, 집안에 일이 있어서, 그 외 다른 이유로 눈앞에 치료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의사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기본을 잊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바보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기본을 잊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선장이 배에 탑승한 사람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의 기본에 충실했다면 그러한 비극은 생겨나지 않았다.
대학 총장인 필자는 평소에 학생들을 자주 만나려고 노력한다.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또 간혹 스쿨버스에 올라 타 학생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나를 '총장오빠' '총장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학교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요청한다. 나는 그때마다 바로바로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마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네가 원하는 거 총장이 해줬으니까 너도 이제 다른 핑계 대면 안되고 공부만 열심히 해야해”라고 말이다. 총장인 내가 해야 할 일은 학교를 잘 운영하고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이고, 또 학생은 주어진 환경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지 이제 피부로 느끼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만 그 세상을 이루고 있는 토대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의 구성원이 있고 그 구성원들마다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구성원 개개인 한 사람이 그 역할을 제대로만 해낸다면 사회가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하더라도 그 사회가 변질되거나 부패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강조한다. “기본에 충실하자.”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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