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기본에 충실하자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기본에 충실하자

  • 승인 2016-02-10 13:10
  • 신문게재 2016-02-11 22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사는 게 바빠도 신문이나 뉴스를 꼭 챙겨보는 편이다. 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곤 한다. 사회경제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듣기도 하지만 주로 내가 많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혁신을 통해 급부상한 젊은 CEO, 묵묵한 연구를 통해 위대한 학문성과를 낸 교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실히 노력해 성공한 청년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릎을 탁 치기도 하고 가슴찡한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감동보다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함께 세상을 떠난 세모녀 사건부터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가다 뺑소니로 안타깝게 죽은 젊은 남편,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부모가 자식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하는 인륜을 거스르는 사건들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은 본래 악하다 또는 선하다를 논쟁하는 성악설과 성선설을 떠나서 자식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가져본 사람이라면 내 피와 뼈를 모두 주고서라도 그 생명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고픈 본능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자식과 손주들이 여럿 있지만 그 중 어느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물며 동물들도 위험이 닥치면 새끼를 보호하고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진대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자식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 전혀 맞지 않다.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은 나는 우리 사회가 기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基本)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한마디로 근본이자 토대이다.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부모가 됐을 때 부모의 기본은 자식을 잘 돌보고 키우는 것이다. 이 사람이 선생이 됐을 때는 제자에게 건전한 지식을 전달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의 기본은 무엇일까? 당연히 배우는 자로서 스승을 공경하고 학업에 최대한 힘쓰는 것이다. 의사의 기본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진료시간이 끝나서, 집안에 일이 있어서, 그 외 다른 이유로 눈앞에 치료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의사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기본을 잊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바보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기본을 잊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의 선장이 배에 탑승한 사람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의 기본에 충실했다면 그러한 비극은 생겨나지 않았다.

대학 총장인 필자는 평소에 학생들을 자주 만나려고 노력한다.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또 간혹 스쿨버스에 올라 타 학생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나를 '총장오빠' '총장할아버지'라고 부르며 학교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요청한다. 나는 그때마다 바로바로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마다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네가 원하는 거 총장이 해줬으니까 너도 이제 다른 핑계 대면 안되고 공부만 열심히 해야해”라고 말이다. 총장인 내가 해야 할 일은 학교를 잘 운영하고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이고, 또 학생은 주어진 환경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지 이제 피부로 느끼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만 그 세상을 이루고 있는 토대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든 그 사회의 구성원이 있고 그 구성원들마다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구성원 개개인 한 사람이 그 역할을 제대로만 해낸다면 사회가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 하더라도 그 사회가 변질되거나 부패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강조한다. “기본에 충실하자.”

김희수 건양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2.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3.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1.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2.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5.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