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고 어슷한 타원형으로 썰린 가래떡과 뽀얀 사골육수, 달걀지단과 김, 고기 고명을 올리고, 만두 하나 넣고 후추로 화룡점정.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져 오는 음식, 바로 떡국이다.
맛이 좋아 두 그릇 먹으면 어른들이 “넌 두 살 더 먹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다. 많고 많은 음식 가운데 왜 설날 아침 떡국을 먹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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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주식으로 먹던 관습에서 비롯… 꿩고기 넣은 귀한 음식
떡국은 상고시대 신년 제사 때 먹던 음식이란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떡을 주식으로 먹던 때의 관습이 지속되어져 온 것이라 했다. 조선후기 지어진 『동국세사기』에는 떡국을 백탕 혹은 병탕이라 했는데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는 질문에 유래하여 첨세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은 쇠고기가 흔해 국물을 만들고 만두소를 만들지만, 고려 후기에는 사냥으로 잡은 꿩으로 만두와 육수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꿩이 흔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만둣국이나 떡국은 귀한 고급음식으로 대접 받았다.
개성사람들은 가운데가 잘록한 조랭이떡국을 먹고, 충청도는 도토리 크기의 생떡국 만든다. 그러나 제주와 거제도 등 남해안 도서지역은 설날 차례 세찬으로 떡국이 아닌 일반 기제사와 마찬가지로 밥을 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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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은 장수를, 떡국떡은 재복을 상징
멥쌀가루를 반죽해서 길쭉하게 뽑아낸 가래떡은 그 모양처럼 길고 오래 살라는 의미가 있고, 동그란 떡의 모양은 엽전과 닮았다하여 재복을 상징해왔다. 또 그 모양이 농기구 가래와 닮았다 해서 가래떡으로 불려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이 모여 식구 수대로 한 그릇씩 먹는 설 떡국. 한 그릇을 비워내야 비로소 한 살 먹었음을 인정받는 세시풍속이다. 지금은 일품식으로 발전해 사계절 내내 즐기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을 썰었다. 칼과 작두를 이용해 떡이 썰리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기다란 가래떡이 동글동글한 떡국 떡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고 풍성한 그 양에 또 한 번 미소가 지어졌다.
장수와 재복을 기원하며 새해 첫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떡국. 이제는 별미보다는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떡국을 끓이며 새해 복을 기원하던 어머니들의 정성만큼은 퇴색되지 않았으리라.
내일 아침, 뽀얀 떡국 한그릇 받아들고 온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도하자. 이왕 먹는 나이, 기분 좋게 한사발 깨끗이 비우시길(칼로리는 책임 못 집니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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