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대전역 대합실. 설 연휴가 이틀이나 남았지만 고향을 찾기 위한 이른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뿐만 아니라 귀성객까지 몰려 대합실에 빈 의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큰 캐리어를 끌고 기차시간을 기다리는 대학생, 두 손을 꼭 맞잡은 부부, 양손가득 과일과 선물세트를 들고 있는 가족까지 모두 고향에 간다는 마음에 들뜬 모습이었다.
5살 난 딸과 부산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임진수(36)씨는 “설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고향에서 풀기 위해 연차를 내고 일찍 귀성길에 올랐다”며 “긴 연휴인 만큼 제대로 즐기다 귀경에 오르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자식을 보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은 역귀성객도 있었다. 김수정(65) 할머니 손에는 여러 반찬거리가 담긴 보따리가 들려있었다. 김 할머니는 “인천에 사는 아들네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기분이 설렌다”며 “그동안 많이 찾아가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에 아들과 며느리, 손주도 실컷 보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대전복합터미널에서도 귀성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엔 이용객이 평소와 비슷했지만 오후 들어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김경민(45)씨는 광주행 버스에 오르며 “이번 설 연휴가 길어 누나와 여동생 가족들도 고향 부모님 집에 다 같이 모이기로 했다”며 “특히 오랜만에 보는 조카들의 모습이 너무 궁금해 빨리 설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띠었다.
설 연휴에 맞춰 휴가를 나온 국군 장병들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지 못했다. 한 육군 장병은 “설 연휴에 집에 가기 위해 그동안 정기휴가를 아껴뒀었다”며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도 못 다한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즐겁게 놀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역과 터미널 못지않게 은행도 바쁘게 돌아갔다. 빳빳한 신권으로 세뱃돈을 준비하려 인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에는 선물이나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찾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 주차장은 온 종일 만차 상태였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주차장을 빙빙 도는 광경이 쉽게 목격되기도 했다.
중리시장 상인 진모(44)씨는 “설 연휴가 다가올수록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져 정신없이 바쁘지만 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한편으론 좋다”며 “설날 당일만 쉬고 나머지 요일은 정상 운영할 계획인데 설 연휴에도 시민들이 장을 보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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