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아침 유등천 상류인 중구 안영동 안영교에서 하류 쪽으로 붕어, 쏘가리, 누치 등 민물고기 1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폐사된 물고기들은 안영교에서부터 복수교까지 약 1.6km 구간에 걸쳐 발견됐다.
일부는 떠내려 와 버드내교 근방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반대로 안영교 위쪽(뿌리공원 방면)으로는 폐사된 물고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죽은 물고기 중에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감돌고기, 꾸꾸리, 퉁사리 등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관할인 중구는 폐사 당일 안영교와 복수교 등 3곳에서 물을 채취해 대전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이날 실시한 가검사에서는 수질에 이상이 없었다.
중구는 전날 늦은 오후까지도 폐사된 물고기가 발견되지 않았고 일정 구간에 폐사가 집중된 점 등으로 미뤄 오·폐수나 유독물 유출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 폐사 부근의 유등천 수질은 정상이었다. 오·폐수나 유독물이 갖고 있는 NO3 등 유해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폐사한 물고기의 독성검사를 의뢰했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중구는 물고기가 폐사된 부근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오·폐수를 유출한 뚜렷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막연히 이번 집단 폐사가 물 속 온도 변화 등의 수환경변화 때문으로 추측될 뿐이다. 또 수질이 오염됐다면 오리나 백로 등 조류 피해가 있어야 함에도 폐사된 개체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사건을 더욱 미궁에 빠지게 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지난달 발생한 유등천 상류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차례로 검사를 의뢰했지만 수질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폐사 당일 추위로 물 속 온도가 내려가 얼어 죽은 것으로도 보이지만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유등천 상류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종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만큼 철저히 원인을 밝혀야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지자체는 수질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조용히 넘어갈 게 아니라 끝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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