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9시 찾아간 대전우편집중국은 설을 맞아 배송을 기다리는 택배물량들이 가득 쌓여 있다. |
2일 저녁 9시 찾아간 대전우편집중국에선 328명의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영하권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분류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하루 트럭으로 배송된 택배 상자는 총 16만개.
직원들은 일이 고되지만 설 선물을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마음을 생각해 두 손 걷어 붙이고 작업에 몰두했다.
이곳은 평소에도 몰려드는 택배 물량공세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명절 땐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4만 9587㎡ 안에 가득 들어선 상자들이 이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택배상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각 레인에 2~3명 씩 달라붙어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분류작업대로 가져다 놓았다.
넓디넓은 공간이지만 택배 상자들로 인해 길을 만드는 게 일이었다. 베테랑 직원들의 공간 만들기 능력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다. 사람하나 간신히 지나갈만한 길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상자를 트럭에서 내리기 위해 공간을 가득 채워나갔다. 밤을 잊은 그들의 손놀림은 장인정신마저 느껴졌다.
분류작업 대로 물건을 가져다 놓자 또 다른 직원들이 상자를 레일 위로 올렸다. 상자들은 자신의 집으로 찾아들어가듯 선반 위에서 지역 팻말이 적힌 곳으로 미끄럼틀을 타듯 스르르 내려왔다.
상자가 떨어지자 대기하던 직원들이 자신의 키보다 높이 상자를 쌓아 올렸다. 이후 상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랩으로 돌돌 말았다. 랩을 두르는 기계가 있지만 워낙 폭발적인 물량이 들어 오다보니 손으로 상자를 뱅뱅 돌며 감싸기도 했다. 한 치의 오차도 남기지 않으려는 눈빛은 매서웠다. 상자들이 모여 큰 덩어리가 만들어지자 이번엔 상자를 나르는 직원이 투입돼 상자 밑 부분을 고정시켜 이동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앳된 얼굴의 20대 청년부터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하는 40~5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했다. 쉴 틈 없이 상자를 날라 지칠 법도 하지만 동료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며 독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19시 출근 근로자들은 간식을 드시기 바랍니다” 대전우편집중국에서 방송이 흘러나오자 일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쁨도 잠시, 밖에 줄지은 트럭들이 14대나 대기하고 있었고, 한 차량이 나갈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차에서 물건을 내리기 편하게 주차했다.
간식시간이 끝나자 직원들의 이마엔 또 다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작업복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선물세트를 보내는 이의 마음과 받는 이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힘든 것도 싹 가신다고 직원들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입을 모았다. 대전우편집중국의 전등은 일에 대한 직원들의 마음처럼 새벽 내내 환하게 비쳤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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