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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불경이나 주문이 아니다. 입춘을 맞이하는 하는 조상들이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새해 첫 마음이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십 수 년 전만 해도 입춘첩이 붙은 대문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웃들과 입춘첩을 주고 받기도 했었다.
그 옛날 궁에서는 내전기둥과 난관에 문신이 지은 연상시를 뽑아 연잎과 연꽃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 붙였는데 이를 ‘춘접자’라 불렀다. 입춘첩은 당일 시(時)를 맞춰 붙여야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올해 2월4일 오후 6시46분에 붙이는 것이 좋다.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 ‘입춘’은 봄의 시작이라 부른다. 생명이 깨어나고 모든 것이 태동하는 설렘을 싣고 오는 봄의 전령인 셈이다.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입춘 당일 날씨로 한해의 농사를 점치기도 했는데, 날씨가 좋으면 풍년이 들고, 눈과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믿어왔다.
입춘에는 햇나물을 챙겨 먹었다. 오신반이라 하여 매운 맛이 나는 나물을 무침으로 입맛을 돋워줬고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했다. 오신반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진상됐을 만큼 호화스러운 음식이었다.
입춘축제로는 유일한 ‘탐라국 입춘굿’이 제주목관아 앞마당에서 3~4일 펼쳐진다. 입춘굿은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놀이로 1999년부터 문화관광축제로 부활해 재현되고 있다.
동풍이 불어 땅이 녹고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음 밑에서 물고기가 헤엄친다는 입춘. 막판 동장군이 기세를 몰아붙였으나, 봄의 속삭임 앞에서는 무릎을 꿇은 듯 보인다. 머지않아 꽃망울이 터지고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리라. 봄이여, 어서 오라.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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