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이성 정부에서 감성 정부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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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이성 정부에서 감성 정부로-2

  • 승인 2016-02-02 14:17
  • 신문게재 2016-02-03 23면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국민 다수의 욕구가 경제적인 욕구에서 정치적인 욕구로, 다시 문화적인 욕구로 바뀌고, 그 추세 또한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문화적인 욕구란 곧 감성적인 욕구다. 국민의 문화적인 삶에 기반을 둔 행복과 이 행복을 꿈꾸는 감성적인 욕구는 감성과 이성을 두루 인지하면서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감성적 지성으로써만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 이러한 감성적 지성의 행정을 펼치는 행정부가 감성 정부다. 국가의 틀을 세우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룬 지금까지의 이성 정부는 감성 정부로 진화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지난 글(2015.12.30.)의 골자다.

이성 정부는 베버(M. Weber)의 주장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가장 합리적인 정부의 근거인 합법적 권위란 규범적 법률로부터 비인간적인 명령 형태로 주어지며, 모든 행정 행위의 근간이 된다고 했다. 또 합법적 권위는 관료제 조직과 관료들의 활동에 대한 가장 순수하고 바람직한 형태로서 감정이나 관습이 작용하는 전통적인 권위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을 이성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존재라고 전제하는 이성 정부는 인간 사회도 자연처럼 과학적인 인과 법칙으로 설명하려 든다. 따라서 이성 정부는 감성을 존중하기 어려우며, 문화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그렇다고 감성 정부를 이성 정부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감성 정부는 이성 정부의 2.0 아니면 3.0 버전으로 보면 될 것이다. 즉 이성 정부가 인간의 감성을 철저히 경계해 왔다면, 감성 정부는 엄연한 이성의 바탕 위에 감성의 새로운 가치를 깨닫고 이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감성 정부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거나 가치판단을 할 때 국민들의 좋은 감성, 긍정적인 감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감성 정부의 관료들은 이성과 감성을 균형적으로 아우르면서 이성적 판단력과 감성적 친화력을 함께 갖춘 감성적 지성인을 지향한다.

지난 글과 이번 글은 행정학자 이대희 교수의 주장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그가 꼽는 감성 정부의 요건들은 경제 발전, 정치 민주화, 사회 다원화, 과학·기술 발전, 문화와 복지의 존중 등이다. 간단히 말해 바람직한 감성 정부란 이성 정부에 의한 국가의 건설, 정치적 자유의 구가, 경제적 부의 축적을 토대로 하며, 이러한 상태라야 제 뜻을 갖는다는 것이다. 몇몇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현 우리 사회는 진정한 감성 정부가 벌써 출현했어야 할 때다. 양적 성장을 좇은 지금까지의 이성 정부는 바야흐로 질적 완성을 좇는 감성 정부로 전환해야 한다.

감성 정부는 감성적 지성 리더십(emotional intelligence leadership)을 필요로 한다. 감성적 지성 리더십은 문화적 감각에 충실하고 품격 있는 문화를 지향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선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무형 자산의 존재에 대해 깊이 인식한다. 이러한 무형 자산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인데, 신뢰, 배려, 참여, 소통, 협력, 나눔 등을 핵심어로 한다. 또한 감성적 지성 리더십은 사회 각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산하기관 등 각급 공공 조직의 자율·책임 경영철학인 '팔 길이 원리(arm's length principle)'를 옹호할 줄 안다.

지난 주말 전통적인 성(性) 역할 고정관념이 아이의 사회성과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부모의 의식을 바꿔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루 가르친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핀 한 TV 방송을 보았다. 두 가지 성 역할을 균형 있게 익힌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훨씬 유연하게 대처하고, 남을 배려하고, 적극적·주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창의성에도 놀라울 정도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나날의 행정 현장에서 이성과 감성을 함께 존중하고 감성의 가치를 남달리 인정하는 감성 정부야말로 21세기 사회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능히 담보할 것이다.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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