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부터 원형회복(Back to basic) 운동을 펼치고 그 어느때보다도 학교 화합을 이끈 김 총장은 지난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대전·세종지역 소재 대학 중 가장 높은 점수(B등급)를 받은 것은 물론 고용노동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의 '대전·세종 거점 학교', 대학특성화(CK)사업 내 5개 사업단이 선정되는 등 재임기간 대학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역신문읽기 문화를 지역대학에 전파하고 지역밀착형 대학을 추진하며 지역과 호흡하기도 했다.
39세에 보직을 맡기 시작해 46년간을 오롯이 한남대만을 생각한 김 총장에게 한남대는 김 총장의 전부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인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 (泰山辭土壤 河海擇細流, 태산은 흙을 가리지 않고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만큼 어느덧 태산의 모습으로 모교를 지킨 김형태 한남대 총장을 만나 8년간 한남대를 이끈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8년간 학교 경영을 하다 떠나게 됐다. 소회를 말해달라.
▲개교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퇴임하기 때문에 지나온 60년을 잘 정리하고, 다가올 100년을 향한 초석을 잘 놓고 물러나기 위해 노력했다.
모교가 충분히 일 할 수 있는 기간을 줬고 나 역시 46년간 한남대를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큼 모든 역량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조직원 모두 총장이라는 기분으로 학교일에 뛰어들었고, 지역사회와 관계기관, 언론 모두 한남대를 식구로 대하며 울타리를 쳐줬다. 이런 배려로 큰 과오없이 총장직을 넘겨 줄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대학 총장으로 재직한 기간 대학들로서도 가장 큰 격변기였다. 가장 중점을 뒀던 부문은 무엇인가.
▲2008년 제14대 총장 취임 직후 한남대의 창학정신을 바로 새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일했다. 그래서 '원형회복(Back to basic)'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인돈 초대 학장의 이름을 딴 인돈기념관(대학본관)의 기와지붕을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도 창학정신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글로벌 대학'을 표방했고 동시에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지역밀착형 대학'의 모습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유니세프와 함께 아프리카 말라리아 퇴치운동에 동참했고, 유진벨재단과 함께 북한 결핵 환자에게 약품을 지원해왔다. 또 대전시, 대덕구와 함께 지역 다문화가정 돕기운동을 벌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지역 주요 사립대학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재정지원제한대학에 걸리지 않은 대학으로 건재할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총장직에서 물러난데 대해)섭섭한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지금 대학가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100m 달리기를 하고 (후임총장에게)바통을 넘겨 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한남대의 과제라면 우선 기숙사가 더 있어야 한다. 도서관이 취약하고 박물관도 새롭게 지어야 한다.
수영장이 딸린 종합 센터 등 문화센터를 구축해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서의 대학을 만드는 것도 과제라고 본다.
-한남대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남대가 대전에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동고동락하고 신뢰를 받을수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한남대는 지역사회 밀착형 대학으로 지역사회와 가깝다. 여기에 기독교 학교다 보니 정직하고 재정적으로도 부채가 없다.
일찌감치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덕밸리캠퍼스'를 만들었고, 이곳에 생명나노과학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대덕밸리캠퍼스는 교육과 연구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동시에 이뤄지고,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벤처 창업을 견인하는 등 산학연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남대는 또한 글로벌 마인드가 강하다. 국내 최초의 영어전용대학인 린튼글로벌칼리지(현 린튼글로벌비즈니스스쿨)을 만들어 외국인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진행했고, 대전국제학교를 인수해서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했다.
또 중등 교원의 산실인 사범대학도 한남대의 강점이다. 60년의 전통과 8만여 동문의 힘은 앞으로 대학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학생들과의 스킨십도 꾸준히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강단에서나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강조해 온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과 함께 아름다운 캠퍼스와 깨끗한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한남대만의 도덕성 회복운동인 'GCC(Green&Clean Campus)' 운동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남대 졸업생이라면 회계 장부를 믿고 맡길 수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무감독시험도 장려했고 봉사활동도 많이 시켰다.
젊은이들이 단기 승부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집 짓는데 땅을 얼마나 깊이 파는지 보면 건물이 얼마나 올라갈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생들 역시 평생 쓸 수 있는 외국어와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학,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장기적 경쟁력을 갖추라고 강조해왔다.
-8년간 한남대 총장으로 학교를 이끌면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더십은 소통과 섬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총장에 취임하면서 '총장(總長)이 아닌 총종(總從)이 되어 대학과 지역사회를 섬기겠다. 화합과 소통을 이뤄가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나를 낮추고 많은 사람을 섬기는 의미의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항상 마음에 새겼다.
대학은 본질상 일사불란하면 안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와 흑연 모두 탄소 원자로 돼 있지만 수직배열이냐, 수평 배열이냐에 따라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모두 평등관계로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좋은 리더십은 전체를 책임지면서도 개개인의 특성을 알고 소속감을 가질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늘 '때문에' 가 아닌 '덕분에'란 말을 사용했고 구성원들에게 격려와 칭찬, 배려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다. 이로 인해 신계급주의인 '수저론'까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추가해 '7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크다. 기성세대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선은 중소기업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70%에 도달할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우리시대에 계층간 희망 사다리가 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도 위기를 위기를 보지말고 기회로 보고 스스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한남대의 경우 '커리어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4년 후의 진로계획을 2~3개로 설정한 뒤 멘토로 지정한 교수의 지도를 받게 한다.
자기생애의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 개개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또 우리나라안에만 머물지 말고 나라밖으로도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나 중국어, 스페인어 같은 외국어 공부도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삼성동에 책방을 구해놨다. 학생때나 교수,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교를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학교에 빨리 가고 싶어 차가 오는 것을 미리 내다보며 기다릴때도 많았다. 항상 학교에 있으니 교수들이 호를 오정골을 딴 '오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퇴임하면 한남대는 당분간 오지 않을 계획이다. 쉬면서 500권 책읽기에 도전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적극 돕고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싶다.
▲김형태 총장은
-1946년 5월 9일 논산 출생 -대건고, 한남대 영어영문학과(문학사), 한남대 대학원(문학석사), 데 라 살레 대학, 충남대 대학원(교육학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전 아시아 태평양 기독교학교연맹(APFCS) 회장, 전 한국교육자선교회 중앙회장, 전 대전지역 대학발전협의회 공동회장
대담=오희룡 취재4부 교육팀장(부장)
정리=성소연·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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