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충호(영남ㆍ충청ㆍ호남) 시대'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충청의 역량이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충청은 국가 중요기관들이 내려오고 인구가 늘면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지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영충호 시대에서 충청이 리더로 앞서 가는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충청권 지자체 간 무분별한 경쟁에서 오는 갈등이다. 지자체 간 대부분 갈등은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데, 결국 서로에게 남는 것은 상처 뿐이다. 이에 따라 충청권이 한 단계 도약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적절한 상생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지자체 간 대표적 갈등 사례로는 호남고속철도를 들 수 있다.
지난해 4월 호남선 KTX 개통을 앞두고 '서대전역 경유'문제가 불거졌다.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대전시와 충북도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것이다.
대전시는 서대전역 경유 축소 움직임에 지역경제 악영향을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충북도는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오송역 역할 축소를 걱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호남선 KTX는 서대전역을 거치지 않고 오송역에서 익산역을 거쳐 광주역으로 가는 노선으로 확정됐다. 이렇게 결정되자 대전시는 강력 반발하며 서대전역 경유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대전시를 고려해 용산~서대전~계룡~논산을 거쳐 익산이 종점인 별도의 KTX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전에서 광주까지 가기 위해선 익산역에서 갈아타야 해 호남고속철도 노선에서 대전과 광주는 단절된 거나 다름없다는 여론이다. 호남선 KTX 경유라는 경쟁 과정에서 한쪽은 승리를, 다른 한쪽은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됐다. 지역간 갈등에서 남은 것은 상처와 앙금뿐이다. 수서발 KTX 개통 과정에서 지역갈등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속도로 건설을 놓고도 갈등이 표출됐다. 충북도는 오송역 기능 축소와 청주, 음성, 진천 일대의 산업단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다. 하지만, 세종시와 충남도는 포화 상태인 경부고속도로 교통량 분산, 수도권 교통난 해소 필요성을 내세워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을 주장한 것.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 사업비 6조 7000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서울과 세종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연장 129km)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에 세종시와 충남도는 환영 입장을 보였으나, 충북도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역갈등을 막기 위한 상생전략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탐대실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호남과 영남 같은 경우 지역에 이익이 되면 가져 오는 것까지는 합의하고 우리 것이 된 후 싸움(경쟁)을 한다”면서 “영충호 시대, 충청이 패권을 쥐기 위해선 큰 틀에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지역의 어른이 나서야 한다. 충청권 원로 모임이 필요하다”며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어른들이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을 자치단체장이 이를 실천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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