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ㆍ도가 공동발전하기 위해 태동한 '충청권 행정협의회'의 기능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시ㆍ도지사가 자주 만나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협력하거나 쌓인 갈등을 풀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뜸해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충청권 행정협의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충청권 시도에 따르면 충청권 행정협의회는 지방자치법 제152조에 따라 충청권의 공동발전과 광역행정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1995년 3월 설립됐다.
회장 시ㆍ도는 직제 순으로 돌아가는데, 지난해 충북도, 올해는 충남도가 회장 지자체가 된다. 또 내년에는 대전시, 2018년에는 세종시로 차례가 넘어간다.
협의회의 주요 업무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공동협력 대응을 비롯해 ▲공공시설의 설치 및 관리 ▲자원의 개발ㆍ이용 및 조사 ▲금강유역 개발 및 이용 ▲기타 광역행정 개발 등을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협의회는 지난해 말까지 25차례의 회의가 열려 총 173건의 협의안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협의안건 중 154건은 완료했고, 19건은 아직 추진 중이다.
행정협의회를 통해 충청권은 공동 목소리를 내 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 국방대 논산 이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등 충청권 현안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공동대응에 나섰으며, 대선공약 발굴에서도 공동협력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 충청권 행정협의회 역할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운영이 형식적이거나 한가지 사안에 대해 갈등 양상이 있으면 아예 만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다른 지역과는 전혀 상반된다. 지난해 9월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은 한뿌리를 자처하고 각종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동남권 상생발전포럼'을 출범시켰다.
3개 시ㆍ도의 상공회의소 주도로 출범한 포럼은 '갈등보다는 화합', '혼자보다는 함께'를 표방하며 상생발전을 위한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대해 금홍섭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선 행정기관만의 네트워크가 아닌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사전적 논의 기회 제공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 상생발전 관련 포럼을 분기별로 공동 개최한다든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발전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주체가 돼 갈등 사안에 대한 논의하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갈등이 있으면 회피하는 것은 시스템화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 시ㆍ도지사 협의체 가동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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