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주 극장가는 비수기다. 1년 중 가장 영화 관람객이 적은 달인 이달은 이렇다 할 대작도 뜸하다.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임시완 주연의 '오빠 생각'이 1위 자리에 올랐다. 영화 표 강매 논란이 일고 주춤하는 듯했지만 28일 오전 기준 누적관객수 62만을 동원하고 예매율 28%대를 기록했다.
2위는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누적관객수 160만을 넘어섰다. 예매율 21%대로 1위와 큰 차이 없이 극장가를 지키고 있다. 3위는 지난주 개봉한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 '빅쇼트'다. 예매율 10%, 누적관객수는 21만으로 고전하고 있다.
겁쟁이 꼬마와 공룡의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겨울방학 어린이 관객을 대거 동원해 12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황정민 주연의 '히말라야'는 누적관객수 760만을 동원하고 서서히 스크린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번주 극장가엔 잔잔한 영화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로봇과 함께 실종된 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로봇, 소리'가 27일 하루 일찍 개봉했다. 연기파 배우 이성민과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의 감동스토리가 찾아왔다. 또 한 명의 연기파 배우 조재현도 스크린에 비쳤다.
신혼여행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사라진 아내를 찾아나서며 겪는 일련의 사건과 그 과정서 느끼는 감정들이 보기 좋게 잘 담겼다. 쿵푸팬더3탄도 극장가를 찾았다. 주연 팬더 '포'가 겪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전편보다 더 풍성하게 담겨 재미를 더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잘 결합한 '미니 자이언트'도 개봉했다. 주인공인 다람쥐와 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3D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절절한 부성애와 로봇의 감성연기 볼만
●로봇, 소리
이호재 감독이 제작한 영화 '로봇, 소리'는 전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부성애를 로봇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그려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 '소리'는 감성과 생각을 가지고 판단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로봇과 사람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담겼다. 감독은 로봇 소리가 감성을 전달하는 로봇이기에 연출적인 부분에도 신경썼다. 로봇의 시선처리와 교감을 중점에 두기 위해 로봇의 머리 부분에 카메라를 내장했다.
배우진도 화려하다. 사람이 아닌 로봇과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연기하는 아버지 해관 역할에 연기파 배우 이성민이 캐스팅됐다. 자식을 가진 많은 부모라면 그의 연기에 공감할 것이란 게 역할을 맡은 이성민의 말이다.
여기다 로봇 '소리'를 쫓는 국정원 직원역할에 이희준,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 이하늬도 가세해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다.
로봇 '소리'의 목소리는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 심은경은 섬세한 목소리 연기로 소리의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최근 대세남으로 떠오른 류준열과 곽시양의 특별출연이다. 이들의 깜짝 등장은 영화에 재미를 더할 것이다.
아버지 만난 쿵푸팬더, 더 익살스러워졌네
●쿵푸팬더3
전작을 연출한 여인영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더 강력해진 적을 상대할 포와 그를 둘러싼 새로운 등장인물로 한층 풍성해진 스토리다. 전작과 유사한 이야기 흐름이지만 포의 아빠 '리'가 등장하고 동족을 만나고는 등 흥미 요소가 배가됐다. 제작진은 신비로운 팬더마을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위해 도교의 발원지인 중국 쓰촨성 칭청산을 직접 오르기도 했다.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잭 블랙의 익살스러운 목소리도 또 하나의 재미다.
신혼 여행지에서 아내를 잃은 남자
●파리의 한국남자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된 전수일 감독과 배우 조재현이 세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내 안에 우는 바람'과 '콘돌은 날아간다'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둘은 전작에서 뛰어난 작품성과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파리의 한국남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전 감독이 파리 유학 당시 과거 지인에게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본인의 궁금증을 더해 영화로 제작됐다. 극중 상호는 아내를 찾는 여정 중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 목표만을 바라보며 달리던 관객들 역시 머릿속에 물음표를 갖게 될 것이다. 무채색을 띈 민낯의 파리를 미학적으로 담아낸 영상미도 영화의 맛을 더한다.
다큐와 애니메이션의 만남 “어린이 모여라”
●미니 자이언트
마크 브라운로우 감독의 '미니 자이언트'는 다큐멘터리 일부와 애니메이션이 동시에 보여준다. 다람쥐와 쥐가 의인화돼 자연을 모험하는 내용으로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겨울 방학 막바지 많은 어린이들을 극장가로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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