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품 가공일자 조작사건을 비롯해 아파트 관리비 비리사건, 아파트 건설현장 함바집 비리사건, 국정원 도청 사건, 대학교수 논문 표지갈이 사건 등 우리사회에 뿌리 깊은 병패이자 관행 사건들을 주로 전담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고검장의 수사도 제도 개선은 물론, 고질적인 비리와 병폐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지난해 12월 25일 취임 이후 굵직한 여러 사건의 '해결사'로 이름을 떨친 고검장의 활약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본보는 취임 한달을 맞은 김강욱 대전고검장의 올 한해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과거에 '특수부통'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건들을 주로 담당했었고 인상 깊었던 사건이 있었나.
▲특수부에 근무 오래했었다. 인지 사건수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5번째 근무지까지 중요청에 근무해 본 적이 없다. 주로 지역 지청 등에 근무했었고, 중요청에 근무를 많이 못하다 보니 상부에서 내려온 사건을 조사할 기회가 없었다.
스스로 사건을 찾아서 하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검사가 이런 사건 해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주어진 지시 사건이 없다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국민들 대부분이 먹는 것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식품 검사가 됐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4년 백화점 식품 가공일자 조작사건이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들이 팔다 남은 것을 다음 날 포장한 것으로 조작해서 판매하는 관행이있었다. 사기죄로 처벌했고, 백화점 식품판매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소중한 사건이었고 국민에게 도움이 됐다고 본다.
-국민과 밀착형 비리 사건 담당 검사로 유명하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사건이 있나?
▲아파트 관리비리 사건도 인상 깊다. 우리나라 주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관리비는 세금과 비슷한 성격이다. 어떻게 쓰여지는지 아무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었다. 국민에게 도움되는 사건을 수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8년에 기획수사로 10여명 구속하고, 20여명을 재판에 회부한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런 사건을 수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하면서 경찰청이 수사를 하게 됐다. 이 사건으로 5835명을 입건했다.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입건했던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관리비 관행과 비리를 시정할 수 있었다.
-예금보험공사 부실채무 업무도 김 검사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최초로 만들어 진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예금보험공사에 가서 공적자금 회수 업무를 담당했다. 주어진 업무는 어떻게 하면 공적자금을 많이 회수할 것인가 였다. 검찰에서 업무를 해 본 경험에 의하면 국가에 전 기관이 힘을 합하면 좀 더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했다. 검찰이 중심이 돼서 금융감독원, 관세청, 경찰 등이 함께 힘을 합하자는 제안을 했다.
의견을 냈을 때 여러기관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었다. 한 달뒤에 감사원에서 예금보험공사가 회수할 수 있는 공적자금 7조2000억원을 업무잘못으로 회수를 못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 제안했던 내용을 채택하게 됐다. 국가가 제안을 채택하면서 공조 수사가 만들어지게 됐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여러기관의 공무원들이 힘을 합했다. 공적자금 회수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실 수사관을 수사과에 발령해서 체제를 개편했다. 향후 실적으로 입증되기도 했지만 직원들의 불만도 많았던 것 같다. 대전지검에도 반영할 계획이 있나?
▲체제개편은 청주지검장 시절 처음 한 것이다. 구조조정과 선진화, 개혁 등의 핵심에는 중복되는 일을 줄이고 업무가 적은 부서에 업무를 분담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 업무가 적은 직원 입장에서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개선, 개혁 한다고 하면 직원들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론은 업무를 통해서 자기실현 기회를 주면 좋아한다.
많이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면 긍지와 보람 느낀다. 업무를 통해 자기 역할을 찾게 되고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일에 보람을 느낀다. 처음에는 반발했던 직원들도 고맙게 생각했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일한 만큼 인사 평점은 물론, 내부적으로 업무 치적을 알리는 등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대전지검 역시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대전지검 검사장이 하는 것이다. 검사장의 운영방침도 반영해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4대째 정권 실세들을 수사하면서 '정권의 저승사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권력 실세 수사과장이 압박 많이 받거나 어려움은 없었나.
▲외부에서는 조사하면 유무형의 압박을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만약에 압박을 받았다면 대전지검장 자리에 올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그럴 것이다. 전하는 과정에서 편견이 증폭되어서 그럴 것이다. 나 말고도 정권의 실세와 맞서 싸우는 검사는 더욱 많다. 유무형의 압박이 있다는 말은 편견이다.
-취임식 때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다른 일보다는 본연의 임무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업무다. 본연의 업무를 잘하자는 의미다. 그런 의미로 해석해 달라.
검찰의 존재 이유다. 그걸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사회지도층 비리와 구조적 관행적 비리가 많이 있으면 큰 장애가 된다. 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해서 전 검사와 수사관들이 그런 생각을 같이 공유하자는 취지다.
-대변인을 지냈다. 평소 언론에 대한 생각은?
▲언론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특징이 그렇다. 민주주의 국가는 결국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중심이다. 국민의 뜻을 국가기관이 대신하는 거다. 국민의 뜻을 선거를 통해 안다고 하지만 구체적 현안에 대해 국민의 뜻은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의 중요성은 국민의 뜻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이자고 생각한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언론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잘 반영해 달라.
-많은 수사를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했다. 그때 국정원장을 구속했다. 구체적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도청을 담당했던 부서원도 모두 부인했다. 그런상황에서 언론에서 도청이 있었다고 보도하고 수사 담당한 우리들도 막막했다. 국정원 담당직원을 불러서 며칠 동안 대화와 설득을 했다. 왜 이 사건 (진상이) 필요한지, 왜 밝혀져야 하는지를 설명하니 직원이 의외로 자백을 했다. 자백을 토대로 잇따른 자백을 받았다. 그것을 기초로 국정원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수사 대상이었지만 검사와 같은 입장에서 같은 자세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다. 어려운 사건을 잘 해결해서 국정원이 앞으로 도청 하지않도록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러한 관행을 바꿀 수 있었다는 기회가 주어졌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최근까지 대학교수 논문 표지갈이 사건을 수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척상황은?
▲대학교수들의 논문 표지갈이 사건은 1차 수사가 마무리 됐고 기소했다.
현재 의정부지검이 수사중이다. 1차 조사에서 대학교수 210명 정도를 조사했고 그 중 180명 정도 기소했다.
대학교수들이 학식있는 분들이다 보니 조사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수사과에 배치한 수사관들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수사과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수사관들 스스로 실력이 늘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직원들을 표지갈이 사건에 투입해 200명을 조사하는데 10일 정도밖에 안걸렸다. 1명이 하루에 3명을 조사했다. 속도감이 대단했다. 검찰에서 하루에 3명 불러 조사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직원들이 시스템을 운영했더니 실력이 늘었다. 하루 3명씩 조사하면서 중요한 일을 했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
-2016년은 총선이 있고 선거 정국이다.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며 잘 가꿀 예정이다. 선거가 공명 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검찰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적법한 것에 대해서는 보장하고 존중할 것이고 불법선거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해야 할것이다. 공명선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대전에 대한 느낌은 어떠한가.
▲대전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대한민국의 중심지로 성장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인근에 세종시도 있고, 이전부터 정부청사가 와 있었다. 과학연구단지로 유명한 지역이고 행정·과학연구 중심지역이다. 오창이나 오송 등 산업단지에선 미래 먹거리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대내외적으로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정책이나 방향이 있다면.
▲우리는 대전·충청 검찰이다. 대전·충청 발전에 도움되는, 주민에게 이익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부터 어떠한 민생사건들이 이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생각이다.
검찰은 지역에 도움이 돼야 한다. 도움이 안된다면 검찰 혼자만의 일이 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제도 개선에 힘쓰고 노력할 것이다.
▲김강욱 고검장은
-1958년 경북 안동 출신 -1987년 사법시험 29회 (연수원 19기)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 졸 -1990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8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 -2001년 예금보험공사 법률자문위원 겸 부실채무기업 특별조사단장 겸 특별조사1국장 -2002년 서울지검 서부지청 부부장검사, 대구지검 상주지청장 -200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2007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2008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2009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검사 -2009년 8월 법무부 대변인 -2010년 8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2011년 9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2012년 7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2013년 4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2013년 12월 청주지검 검사장 -2015년 2월 의정부지검 검사장 -2015년 12월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2015. 12. 24.)
대담·정리=김민영 취재 1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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