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한파가 다소 꺾인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한파가 온전히 자취를 감추기 전에 한파가 남긴 기록들을 찾아봤다.
▲사상 초유의 제주공항 항공기 중단 사태가 3일째 이어진 25일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제설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44시간 폐쇄, 9만명 고립 ‘제주도는 아비규환’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는 이제는 옛말이 된 것일까. 대설경보가 내려진 제주도는 25일 오전 기준으로 140cm가 넘는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 윗세오름 148cm, 진달래밭 135cm의 많은 눈이 내렸다.
이 눈으로 제주공항 활주로가 23일부터 폐쇄됐고 무려 9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제주공항에 발이 묶였다. 사람뿐이 아니다. 1200여 편에 이르는 항공편도 결항되며 눈 속으로 파묻혔다. 1968년 국제공항으로 승격 된 이후 겨울철 드물게 활주로가 장기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전편 결항 소식을 들은 체류객들은 망연자실 했다.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숙박시설과 편의제공을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체류객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제주도는 공항 체류객을 위해 23~24일 이틀간 현장에 공무원을 배치해 숙소안내와 모포, 간식 등을 제공했다.
다행히도 25일 오후부터 대설특보와 한파특보는 해제됐고, 제주공항 활주로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이렇게 많은 눈과 한파가 몰아친 이유는 북극의 한랭 핵 때문이다. 북극의 찬 공기와 따뜻한 바닷물이 만나면서 많은 눈이 내리게 했다. 제주도는 32년만의 폭설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 19일부터 130㎝ 이상의 눈이 내린 울릉도에서 25일 주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외로운 섬 ‘울릉도’ 먹을 식량도 없다
울릉도의 경우 제주보다 더욱 심각하다. 뱃길이 막혀 8일째 고립됐고 현지 신선물품까지 바닥나면서 도민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강풍으로 조업에 나설 수도 없고 중장비를 동원해 제설작업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내리는 눈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현재 39개 항로와 여객선 70척이 중단됐고 고립된 주민과 관광객은 무려 1000여명에 달한다. 육지로 출장을 나왔던 최수일 울릉군수도 섬으로 돌아가지 못해 여관방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 방전과 수도관 동파 신고가 급격히 늘었고, 충남에서는 한파로 2명이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저체온증과 동상의 흔적이 발견되며 한랭질환에 따른 사망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2명이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지난주에는 전남에서 송어 20여만 마리가 추위로 집단폐사 하기도 했다.
다행히 26일부터는 한파가 약해져 평년기온을 회복한다고 한다. 겨울의 초입, 겨울답지 않은 날씨라는 사람들의 투덜거림을 들었을까. 예고없는 북극 맹추위의 기습으로 최악의 한파와 폭설을 기록하며 겨울의 위용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당국에서는 곧 피해액을 산출해 발빠른 복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지구의 경고이자, 겨울의 노여움이 하루 빨리 풀리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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