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간대 '막장 드라마' 제동 걸리나

  • 핫클릭
  • 방송/연예

황금시간대 '막장 드라마' 제동 걸리나

압구정백야 방통위 제재 정당 판결 “지상파 윤리수준 적합 책임 있다”

  • 승인 2016-01-25 15:39
  • 신문게재 2016-01-26 13면
▲ 압구정백야 방송 장면.
▲ 압구정백야 방송 장면.
패륜과 불륜 등 반사회적 소재를 거리낌 없이 다뤄온 '막장' 드라마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공영성을 추구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 막장 드라마가 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에 따르면,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제재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은 “방통위의 제재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4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평일 밤 9시에 방영된 '압구정 백야'는, 가족을 버린 친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딸이 어머니가 재혼한 가정의 의붓아들을 유혹해 며느리가 되는 내용을 그렸다.

해당 드라마는 방송 당시 연일 구설수에 올랐다. 모녀가 서로에게 폭언을 퍼붓다가 급기야 구타까지 행하는 패륜적인 내용을 담은 탓이다. 주요 등장인물이 개연성 없이 죽기도 하는 등 황당한 설정은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방통위는 심의를 통해 지난해 4월 드라마 관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MBC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방통위의 징계 이후에도 '압구정 백야' 측은 막장 전개를 철회하지 않았고, 방통위는 재차 '경고'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 시청 시간대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정서·윤리 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다”며 “이를 위반한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사가 막장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는 단연 시청률 때문이다. 시청률은 드라마의 성패를 평가하는 데 있어 거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온다. 황당한 설정으로 논란이 거듭될수록 논란이 곧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본다”고 할 정도로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다. '압구정 백야'의 경우 한때 20% 가까운 시청률을 찍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니 방송사는 쉽게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막장 소재의 유혹에 사로잡힌다. 제재를 받더라도 강력한 조치가 아니어서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사회적 해악으로까지 비판받는 막장 드라마를 퇴출시키는 데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도록 만드는 대목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아무래도 제도적인 차원에서 불이익을 준다고 하면 방송사에서도 몸조심하게 되고, 제작진도 시나리오 검토할 때 패륜적 설정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하 평론가는 “시청률 싸움을 하다보면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또다시 자극적인 설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재나 처벌이 문화적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속 공론장에서 비판하고, 시청자는 작품성 위주로 골라보려고 노력하고, 제작진은 완성도 있고 좋은 작품 만들려는 분위기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상파는 이번 판결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요 1~2년간 회자되는 드라마는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미생', JTBC의 '밀회',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치즈인더트랩'이나, '시그널' 등이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연일 회자된다.

지상파가 막강한 매체 영향력과 제작 여건을 갖고 있음에도, 오히려 수준 낮은 막장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통속극의 특성'이라는 변명은 구차하기만 하다.

노컷뉴스/중도일보제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