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병신년의 민속학적 의미와 운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병신년의 민속학적 의미와 운세

  • 승인 2016-01-24 19:25
  • 신문게재 2016-01-25 22면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br />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희망찬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설렘과 기대 속에 활기찬 새해를 시작하지만 금년도에는 국내외의 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 병신년은 십천간의 병(丙)이 상징하는 붉은색과 십이지신의 신(申)이 상징하는 동물인 원숭이가 더해져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는 인간과 많이 닮은 재주있는 동물로 우리 민속에서는 출세, 장수(長壽), 가족애를 상징한다.

병신년(丙申年)의 어감이나 붉은 색이 한국 사람 정서에는 친화적이지 않지만 천간에서 말하는 적색은 밑에서 크게 일어나는 불길과 같아 모든 것을 태우는 강력한 양(陽)의 기운을 가졌으며, 강하게 뻗어 가는 기운과 강한 열정(熱情)을 상징하므로 기피할 것도 싫어할 일도 아니다.

동양에서는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하고는,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하면서도 사기(邪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원숭이가 좋은 건강, 성공, 수호(보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강인한 생존력과 대가족을 논할 때 원숭이를 예로 든다. 또한 인도의 신화 '하누마트'에서 원숭이는 변장술에 능하고 불사의 능력이 있는 신성한 신으로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이집트에서는 창의력과 지성을 의미하는 서기관의 신 토트를 상징한다. 아무튼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서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동물로 꼽히지만, 사람을 많이 닮은 모습, 간사스러운 흉내 등으로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한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말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같은 속설 때문이다.

한편 고려청자의 '원숭이 모자 원형수적'과 회화 작품에서는 원숭이의 모성애가 잘 나타나 있다. 궁궐 지붕 위에 올린 원숭이 조각을 집안에 두면 가장이 승진한다거나 재앙을 막아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 가면극에서는 원숭이가 재치가 넘치는 동물로 소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삼국시대 토우, 조선시대 백자의 무늬는 물론, '송하고승도', '안하이갑도', '십이지번-원숭이' 등의 옛 그림에서도 원숭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원숭이는 스님을 보좌하는 모습,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으로 많이 표현되고 있다.

원숭이는 동남아시아와 일본에 분포하고 있는 포유동물로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만 살아 원숭이의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김부식(富軾)의 '삼국유사'에는 신라 법흥왕 당시 이차돈(異次頓)이 순교했을 때 '원숭이가 떼 지어 울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장진주사'에선 '잰납이 파람 불제야'라는 시구로 원숭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그리고 있다. 정유재란 때 명나라 군사들이 원숭이 수백 마리를 전술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원숭이가 등장하는 속담은 주로 원숭이의 모양이나 재주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잔재주를 너무 믿어 일을 망치는 것을 경계하는 내용이 많다.

원숭이는 사람처럼 부모와 자식간, 부부간 정이 대단하다. 새끼 원숭이를 우리에서 잠시 빼내기 위해 동물원 직원들이 접근하면 원숭이 가족은 물론 이웃집 원숭이까지 합세해 이를 막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원숭이의 가족애는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 주로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여러 마리를 거느리고 살기 때문에 아빠 원숭이 중심으로 철저한 서열 체계가 갖춰져 있다. 가령 며칠 굶은 원숭이 가족에게 조련사가 바나나를 주면, 서열이 가장 높은 수컷이 완전히 배를 채운 뒤에야 엄마 원숭이, 새끼 원숭이들이 차례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병신(丙申)은 오행(五行)상 丙은 불(火)를, 申은 진(辰)을 의미하는데, 서로 상극(相剋)이므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러울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이해 여당과 야당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한 대립해 정치는 분열되고, 경제는 침체되어 저성장의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사회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꼬리를 물어 불안할 것이다.

병신년은 주역(周易)의 천뇌무망괘(天无妄掛)와 같아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폭풍, 낙석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목국(木局)은 양목(陽木)이요 유실수(有實樹)이니 농사는 풍년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