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속화가 이억영의 '대한'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 얼어 죽는다’는 음력 12월12일은 24절기 대한이다.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은 소한보다는 덜 춥다.
중국에서는 큰 大를 써서 가장 큰 추위로 불리지만, 한국 기후로 볼 때는 소한이 더 춥고 대한에는 기온이 조금 오른다. 대한은 음력 섣달로 일 년을 매듭짓는 절후기 때문에 전통 달력에서는 대한 밤을 해넘이라고도 했다. 이날은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했다.
설문해자에서는 겨울 동(冬)을 “네 계절이 다했다”라고 풀이한다. 한해의 끝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봄이 오기전인 대한에 가장 바쁘다.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 일주일간을 신구간이라고 부른다.
제주도민들은 이 시기에만 이사와 집수리를 비롯한 집안 손질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유는 가신(家神)들이 전부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집안을 고치더라도 동티(귀신을 노하게 했을 때 받는 재앙 중 하나)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비록 모든 추위와 겨울이 물러가진 않았지만, 지난 네 계절을 보내며 마음을 새로이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래전 선비들은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마음을 다잡고 올곧은 지조를 응결시키는 성찰의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올해는 강력한 한파특보로 절기에 걸맞은 큰 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아주 오랜만에 ‘대한’이 이름값을 한 것은 아닐까.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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