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권 목원대 총장 |
평소 그분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었다. 성실하고 자상하고 정직했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언제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고 미리 걱정하는 습관이 있었다. 멀든 가깝든, 그분에게 미래는 언제나 근심과 걱정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 대상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면 그것이 곧 자기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로 생각했다. 한 이십 여 년을 함께한 세월 동안 그분으로부터 일터가, 아니, 세상이 곧 망할 것처럼 걱정하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은 것 같다. 그분의 삶은 이런 저런 앞날에 대한 근심걱정으로 점철된 삶이었다. 마치 미래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고방식에 젖기 쉽다. 한두 번 큰 어려움을 겪고 나면 만사가 다 그렇게 전개될 것만 같아 보인다. 누군가에게서 크게 한 번 속은 사람은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사기꾼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큰맘 먹고 무언가 중요한 일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은 그것 때문에 섣불리 새로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사고패턴이 습성화된 사람은 누군가가 무엇을 해 보자고 제안하기가 무섭게 습관적으로 안 된다는 말부터 한다. 모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고방식의 피해자들이다.
스티븐 애친슨은 이처럼 파괴적인 사고방식의 패턴을 여덟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인생의 모든 것은 나쁜 것이기에 장차 나에게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인생을 사는 것, 둘째는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도 없이 수많은 것들에 대해 성급히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 셋째는 나한테는 행운이란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대로만 사는 것, 넷째는 남들이 자신을 결코 좋게 보지 않을 거라 단정하고 남들과 관계 맺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 다섯째는 모든 여건을 갖추었으면서도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일을 계속해서 나중으로 미루다가 평생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것, 여섯째는 감정이 사고를 지배하게 놔둠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고를 하지 않는 것, 일곱째는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려버림으로써 자기를 과소평가하는 것, 여덟째는 남들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것 등이다.
애친슨은 이와 같은 파괴적인 사고 패턴을 극복하는 법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을 요약해 보면, 첫째, 이와 같은 사고패턴이 가져오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 둘째, 언제 그와 같은 파괴적인 사고패턴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아는 것, 셋째, 파괴적인 사고패턴을 긍정적인 사고패턴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과 종류의 다양함에 비해 그 해결책은 너무도 간단하다. 요컨대,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수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된다. 일자리 찾느라고 졸업도 하기 전에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했을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기에 당장에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다. 요즈음의 불경기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아직 최악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좌절과 실패를 맛본 후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사고패턴에 젖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내부에서 소리 없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우리 모두가 평생 동안 경계해야 할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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