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대전시 정책의 싱크탱크 수장으로, 그리고 늘 지역의 환경 문제를 고민하던 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교권 보호에서 부터 시간강사의 권익까지 교육계 전반의 이슈를 아우르는 제 10대 대전 교총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실천하는 지식인이자 강단에서 한번도 학생들에게 말을 놓은 적이 없을 만큼 학생 '존중'을 실천해 왔기에, 그의 이번 회장 취임에 지역 교육계는 환영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신임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을 만나 그의 교육 철학과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대전교총의 운영계획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새로운 변화 예고하는 교총=“옛날 선생은 지식 전달자 역할만 하면 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굳이 선생에게 배우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교육 방송만으로도 얼마든지 받을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뀐만큼 교사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6일 대전교총 회장으로 취임한 유병로 회장(한밭대 교수)은 현재 공교육의 위기에 대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 회장이 제시한 해법도 변화한 교육패러다임에 맞게 '교사도 바뀌는 것'이다.
유 회장은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니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 방법과 자세를 가르켜 주고 지원해주는 쪽으로 선생님 역할이 바뀌어야 해요. 과거 교사가 단순히 지식 전달자에서 머물렀다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창의재능을 개발하는 교육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에게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는 그는 대전교총의 운영에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유 회장은 “그동안 교총이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을 위해 현장에서 교원을 위로하고 법적으로 변호사 알선이나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학교가 잘 굴러 가도록 대외적인 에너지를 끌고 오는 일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회장은 한국 교총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3년만에 담임수당제가 인상된 것을 계기로 교직의 전문성, 특수성을 고려한 각종 수당 현실화는 물론 교원의 잡무 경감대책 마련과 학습보조 인력배치, 교원자녀의 대학 학비 보조 등 인적 재정적 예산현실화를 이뤄낼 계획이다.
여기에 직무연수 프로그램 확대, 학습연구연제 확대 등 교사의 전문성 확대를 위한 전문 영역 동아리 활동지원 확대, 전문교육지도사 과정 신설(재능계발 및 평가지도사, 진로교육지도사), 각종 경진대회 개최 및 포상프로그램 확대도 유 회장이 역점을 둘 분야다.
유 회장은 이어 “회원들이 학교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문제 상담을 위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 전문직 상담서비스를 수월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대전교총의 홈페이지를 재정비하고, 학교현장 방문, 문자나 SNS를 활용한 회원과의 소통 강화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중'은 인간관계의 핵심=유 회장은 공대 교수이면서도 활발한 사회 활동으로 지역에서는 일찍이 유명인사로 자리잡았다.
대학 1학년부터 인권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에 유달리 관심을 가졌던 그는 1985년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건설환경과 교수로 개발과 환경보전의 양립성에 치열히 고민해 왔다.
민선 4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을 지내며 대전시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로도 활동했다.
유 회장은 “사람마다 끼와 재능이 다른데, 아무래도 전 그런(사회참여활동)쪽을 좋아한다”며 “하고 싶은걸 하니까 재미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가 활발히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은 그 곳에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 사귄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인맥은 지난 6일 열린 그의 대전교총취임식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평소 보수단체로 손꼽히는 교총회장의 취임식이였지만 여야 의원을 막론한 축사와 축전, 그리고 전현직 시장 등이 그의 회장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유 회장은 “사람이나 사물의 음지와 양지라는 것도 개인의 시각의 차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본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고 묶으면 모두 하나”라고 말한다.
이어 “환경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이율배반적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쉽지 않다”며 “인성 8대 핵심가치 덕목인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자주 얘기 하는데 그중 존중이란 단어를 자주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사람들간에 발생하며 사람들에 의해 풀려간다고 봐요. 서로 존중하면 소통, 배려, 협력이 쉬워지고, 문제도 쉽게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을 좋아하면 존경하게 되고 그 과목의 공부는 저절로 하고 싶어지고 성적도 올라가잖아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교육=26년간 강단에 선 유 회장은 강의실에서는 반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가 강조하는 '존중'의 일환이다.
유 회장은 “교육의 성과는 교사에게 달려있다”며 “선생님과 학생간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교육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한다.
유 회장은 “좋은 학생, 나쁜 학생은 따로 없어요. 학생은 각각 재능과 특성이 다를뿐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의 특성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한다.
그런 그이기에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교권 붕괴 현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유 회장은 “교권붕괴라는 언론 기사를 접하며 교권이 무었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예전의 교권침해는 교사들의 바른 교육활동에 대한 정부나 압력기관의 방해가 주였다면 요즘은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 등 교육주체간의 갈등, 심지어는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교육주체간의 내부문제가 더 큰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 회장은 학교와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강화, 학교 인권법 제도 정비, 기간제 교사의 교육청 풀운영제 도입, 부당한 교권침해에 대한 단호한 징계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인성교육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올해는 학교와 사회의 각 전문기관과 함께 인성교육 실천운동을 적극 실시할 것”이라며 “학생인권법, 교원지위향상법 등이 만들어 졌으나 충동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 인권법으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고, 부당한 교권침해 학생에 대해서는 적절한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유 회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까. 유 회장은 “산업화 시대에서는 경제적 전문성에 중점을 두고 인재를 양성했어요.
획일적이고 주입식 교육이 선호되고 방법적으로 상호경쟁적 교육이 이뤄져 단기적 효과는 있었지만 창의감성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도 부족하고 교육의 핵심역량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공동체를 잘 떠받을어 가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존중할수 있는 사람. 남에게 협력하고, 상대를 존중할수 있는 사람'이 바로 유 회장이 키우고자 하는, 그리고 길러내는 인재들의 모습이다.
임기 3년의 교총 회장으로 취임한 후 유 회장은 '자칫 학교 일에 소홀해 질 것'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이미 교원 단체의 수장을 맡은 이상 교원들이 무엇이 힘들고 어느곳이 아픈지 현장을 자주 방문해 파악하고 관계기관과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 그리고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걸어온 유병로 대전 교총회장.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대전 교총 만큼이나 그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유병로 회장은
1958년생. 1976년 2월 천안고 졸업. 1981년 2월 충북대 졸업(공학사). 1983년 2월 충북대 대학원졸업(공학석사). 1990년 2월 충북대 대학원졸업(공학박사). 2013년 8월 고려대 행정대학원졸업 (정책학석사). 1982년 9월~1989년 2월 한국과학기술원(KIST). 1989년 3월~1991년 2월 대전과학기술대학교 환경관리과 교수 재직. 1991년 3월~한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재직중. 2009년~2010년 대전발전연구원 원장(16개시·도발전연구원장협의회 의장) 2011년~2013년 한국환경기술학회 회장 역임.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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