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오정동 성모자애산부인과 변태섭 원장(54·사진)은 지역 미혼모 시설의 출산을 맡아온 지 올해로 벌써 4년째다.
가톨릭 대전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자모원에는 18명의 미혼모들이 입소하고 있다. 이곳에는 10대 어린 미혼모부터 30대까지 혼인을 하지 않고 혼자 아기를 낳아야 하는 미혼모들이 입소해 있다.
각자의 사연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입소한 이들에게 변태섭 원장은 무료로 출산을 도와주고 있다.
변 원장은 “응급상황이 발생해서 연락을 해보면 상당수가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남자친구에게도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가진 의료기술 밖에 없었다”라며 “어렵게 출산하고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정을 접할때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변 원장이 자모원 미혼모들의 출산을 맡게된 데는 사연이 있다. 오정동 인근의 선배 산부인과 의사였던 육순오 원장(연세 산부인과)의 권유에서 부터다.
육 원장은 변 원장 인근의 출산병원이었지만 서로 병원일을 돌봐주며 돈독하게 지내왔다. 육 원장이 10여년 넘는 시간동안 미혼모 분만을 맡아왔지만 분만을 하지 않으면서 '바통'이 변 원장에게 넘어왔다. 봉사활동이 지역에서 대물림된 격이다.
변 원장은 고교시절 신영준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 배가 망망대해에서 폭풍을 만났을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파도를 맞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파도를 넘겠다는 강력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는 “누구에게 휘말리지 않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며 “매일 환자들에게 정직하고 양심적인 진료를 하겠다는 가치관을 가진 이후로 돈을 위한 과잉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봉사도 하게 되고 환자들을 도와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변 원장은 “미혼모들은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인 부분에서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는데 여건이 좋지 않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최근 미혼모들의 아이들을 인터넷상에 판매한다는 뉴스를 접하면 제도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3년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미혼모들이 자녀를 입양시키려면 출생신고를 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신분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은 자녀 출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모원을 통해 병원에서 출산하는 미혼모들은 그래도 출생 기록도 남고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드물지만,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에는 혼자 아이를 낳고 유기하거나 버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의 미혼모들이 외롭게 출산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는 변 원장은 여력이 닿는데까지 지역의 지킴이 역할을 자처했다.
김민영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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