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출마자들을 보며 느끼는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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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출마자들을 보며 느끼는 단상(斷想)

  • 승인 2016-01-12 14:23
  • 신문게재 2016-01-13 23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해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던 시절이 있었다. 신년벽두에 올해의 목표를 설정한 뒤에 '기필코 목표를 달성하리라'는 다짐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새해 해맞이를 해도,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도 마음이 무덤덤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슴 설레는 감정'을 느껴본 것이 언제인지 잘 모를 정도이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나도 한 때 선거철만 되면 타천(他薦)으로 출마자가 되어버리던 때가 있었다. 주위에서 많은 말들이 있다 보니 나 자신도 출마 여부를 생각하며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정치에 입문할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친구 탁석산 박사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지금도 TV에 출연해서 엉뚱하면서도 명쾌한 해설을 하는 탁박사가 나에게 거꾸로 물었다.

“청년 시절에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과 고생을 많이 하지만, 나이 50쯤 되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보이는 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은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충 짐작하고 그 짐작대로 전개되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자신이 살아갈 인생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살아갈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로또 복권을 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이다. 너는 살아갈 네 인생에 대해 불만이 많으냐? 아니면 나름 만족하냐?”

살아오면서 힘들고 고생스러운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운도 좋았고, 도와준 사람들이 많아 스스로의 인생에 별 불만이 없었던 나는 정치판을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이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섰다. 나로서는 내심 당선을 바라는 사람도 있고,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저 사람은 낙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출마자들은 누구나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이다. 경력을 보나, 만나서 대화하며 느끼는 느낌을 보나, 누가 당선되어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인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누가 당선되어도 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언제나 국회의원들은 당선된 다음부터 다음 선거 치를 때까지 욕을 먹는다. 일부의 경우 개인적으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 싸잡아 욕을 먹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면을 보면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이 국회에만 들어가는데 어째서 결국은 싸잡아 욕 먹는 사람들이 되는 것일까?

많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다음에도 '또' 국회의원이 되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계파에 충실해서 공천도 받아야 하고, 선거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조직도 관리해야 하니 눈치 볼 곳도 많고 찾아다녀야 할 곳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의정활동을 하다 보니 소신과 뚝심으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욕을 먹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 사이에서 언제나 '물갈이론'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많은 경우 결과가 대동소이했다는 학습경험도 유권자들은 갖고 있다.

소신을 갖고 정치에 입문해서 열심히 노력해 당선된 선량이라면 '단 한 번의 임기만 해도 좋으니 내 소신과 역량을 4년에 모두 쏟아 붓겠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선거에 낙선되더라도 후회 없는 활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국회의원 활동을 한다면 싸잡아 욕 먹는 사람들 축에는 들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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