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동티모르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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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이야기]동티모르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며

포르투갈 식민 지배이후 가정마다 커피나무 식재 국가 전체 수출액의 98% … 중후한 바디·밸런스 일품

  • 승인 2016-01-07 16:50
  • 신문게재 2016-01-08 13면
●바리스타 P의 커피 이야기-(31)

▲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수도 딜리.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유일한 곳, 20세기 아시아 최후의 식민국가,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의 면적, 수도의 최고층 건물은 4층, 국민 평균 교육 연수는 3년, 자국의 화폐가 없는 나라, 나라 이름은 동티모르 민주공화국.

1769년 포르투갈이 동티모르를 점령하면서 식민 지배를 시작합니다. 포르투갈은 동티모르의 백단나무(향기 나는 나무)에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백단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백단나무를 대신해서 1928년 동티모르의 각 가정마다 600그루의 커피나무를 심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 심어진 나무가 해발 1000m 이상부터 천연적으로 야생군락을 이뤘고, 1935년 동티모르 국민의 절반이 수입을 커피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1975년 포르투갈이 식민 지배를 포기하자 인도네시아가 침략을 감행하여 점령하였습니다. 이 전쟁으로 국토는 피폐해지고 전체 인구의 30%인 20만명이 죽습니다. 24년간의 인도네시아 지배가 끝나고 마침내 2002년 동티모르는 독립을 쟁취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평화유지군을 파병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동티모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 바로 커피입니다. 연간 1만4000여t을 생산하고 있으며, 커피는 동티모르 전체 수출액의 98%를 차지하는 품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YMCA가 공정무역을 해서 '피스커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맛은 티피카 원종의 맛을 잘 유지하고 있고, 생두의 크기가 크고 밀도가 높으며, 신맛이 많지 않고, 싱그러운 향미와 함께 깔끔함과 뒤를 치고 올라오는 단맛과 쓴맛, 중후한 바디와 훌륭한 밸런스까지.

동티모르 커피는 그저 어릴적 마을 뒷산에 숨어있는 산딸기처럼 가지마다 적당하고 소담스럽게 익어가고 있으며, 산 비탈길을 맨발로 내닫는 철부지 아이의 손으로, 거칠어진 늙은 농부의 손으로, 그저 사람의 손으로만 수확합니다.

동티모르에서는 커피를 재배하지 않습니다. 그저 환경에 순응하며 그냥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을 뿐입니다. 바람과 햇살이 있을뿐, 도로를 만들 돈도 물자도 없고, 농약과 비료를 살 돈도 없으며, 또한 그러한 것들을 사야할 이유도 가져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늘은 동티모르 커피 한잔에 따뜻함과 고마움과 미안함을 같이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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