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빵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다름 아닌 '성심당'이다. 튀김소보로, 판타롱부추빵 등으로 전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성심당은 2001년 9월 1일 법인으로 전환·운영하면서 대전 대표 향토기업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임영진 대표 아버지인 임길순씨가 1956년 대전역 앞 노점상에서 천막을 치고 찐방을 만들어 팔기 시작, 예수 성심(聖心)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이름이 바로 '성심당'이다. 60년 전통을 갖고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성심당이 이처럼 성장하기까지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라는 사훈처럼 직원들의 마음속에 뿌리 깊이 배려심이 녹아내려 있다. 이에 성심당 성장의 원동력인 임직원들 마음씀씀이와 서로에 대한 배려·사랑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화합의 레인보 프로젝트=성심당 임직원들은 레인보 프로젝트(RAINBOW PROJECT)를 마음 깊이 되새기며 서로 화합심을 일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으로 나뉜다. 색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유 경제 기업으로서 투명하고 정확한 재무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빨강부터 지역과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성심인으로 정체성을 갖추겠다는 주황, 윤리경영을 통해 법규를 준수한다는 노랑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의미를 담고 있다. 초록은 지구환경보호 실천으로 고객과 직원의 건강을 책임지고, 파랑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가정과 근무환경을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이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자는 남색과 생각의 공유를 통해 진정한 가족을 이룬다는 보라까지 일곱색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선·후배를 배려하고 동료의 어려움에 손내미는 사람, 넓은 마음으로 화해하는 사람 등 사랑을 실천하는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질적 가치보다 사랑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성심당의 목표다.
▲직원 서로 독려하는 따뜻한 마음=본점 영업1팀에 이병국씨는 김동복씨의 작은 선물에 깊은 감동을 해 주변에 알렸다. 퇴근을 하기 위해 신발장을 연 순간 양말 한 켤레와 간식거리를 봉투에 정성스레 담겨 있었던 것. 여기엔 진심 어린 조언을 하나하나 담은 편지까지 놓여 있었다.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 이 선물은 영업 1팀 전체 신발장에 놓여 있어 직원들에게 미소를 선물했다.
이씨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이 와 닿았다”며 “평소 영업 1팀을 생각하는 김동복 선배의 사랑에 즐거웠고, 서로 생각하게 해줘 정말 감사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직원의 가족도 내 가족처럼=임직원들은 서로 가족처럼 생각하며 수혈이 필요할 때 주저 없이 자신의 헌혈증을 기증한다. 성심당 롯데점 김효준 주임 부친이 수혈로 인해 헌혈증이 급히 필요하자 성형부에 근무하는 문창주 대리가 무려 20장이나 헌혈증을 선뜻 내놓았다. 자신의 조카가 아팠던 경험이 있어 틈틈이 헌혈증을 모아온 문 대리는 주저하지 않고 김 주임을 위해 헌혈증을 털어냈다.
사방팔방 헌혈증을 찾아 나서며 사색이 된 김 주임은 문 대리의 헌혈증을 받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와 함께 본점 김경진 계장도 4장의 헌혈증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누구보다 아끼는 끈끈한 정을 쌓아 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직원들은 이들의 선행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반성할 좋은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입가에 웃음을 주는 숨은 천사들=지난해 밸런타인데이, 정성스럽게 만든 초콜릿을 남몰래 신발장에 넣은 숨은 천사들도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다. 경영관리실 CS팀 김현미씨는 우연히 신발장 초콜릿 요정 김유림씨와 이예빈씨를 찾아냈다. 늦은 시간 직원들에게 떡을 먹이기 위해 직원식당으로 올라간 김현미씨는 두 천사가 건넨 초콜릿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집요한 추궁 끝에 신발장에 초콜릿을 넣고 간 사실을 알아냈다.
한참을 망설이던 두 천사는 자신들의 선행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들은 무려 100인분의 초콜릿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정성스레 만들어 직원들 마음을 설레게 했다. 김현미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모든 직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알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제 막 고등학생을 벗어난 직원들이 사비를 들여 밤새 직접 만들어 100명이나 되는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예쁜 마음씨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이라며 “아직 감사하다는 말을 못한 직원들은 어린 소녀들이 힘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칭찬을 해 달라”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고객의 마음까지 헤아리다=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들도 모범이 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대전역점 나호섭 계장이다. 매장에 소비자들이 가득한 금요일 오후 시간,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긴대기 줄을 기다리다 계산을 하기 위해 호주머니를 뒤적였다. 이 할머니가 꺼내든 것은 다름 아닌 통장. 계산할 수 없다는 직원의 안내에 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며 오랜 기다림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나 계장은 할머니가 손수 고른 빵을 정성스레 포장해 할머니를 쫓아갔다. 할머니의 씁쓸한 표정이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이다. 나 계장의 따뜻한 마음은 할머니의 가슴에 고이 전달돼 장밋빛 웃음꽃을 피웠다. 이 같은 사연이 소개된 데는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진영신씨 덕분이다. 자칫 묻힐 수 있는 선행이 진씨 덕분에 세상 밖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누지 못했던 사랑을 나 계장이 직접 실천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임영진 대표는 “대전역 앞의 작은 찐빵집으로 초라하게 시작했으나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성심당이란 상호를 짓고 배고픈 이들을 위해 찐빵을 나눴다”며 “사회공헌과 기부문화, 나눔과 사랑의 경제를 기본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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