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신년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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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신년 희망 메시지

  • 승인 2016-01-06 13:59
  • 신문게재 2016-01-07 22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시작된 지 어느 새 며칠이 지났다. 송구영신의 시기가 되면 누구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에 희망을 걸어보게 된다. 늘 그렇지만 새해에 소망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뜻밖의 사건을 만나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숱한 일들을 겪어왔기에 사람살이가 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해마다 교수신문에서는 한 해를 돌아보는 사자성어와 새해의 희망 문구를 선정해 왔는데, 지난 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로 발표한 바 있다. 사회지도층들의 어리석음과 무능함으로 세상의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못해 국정이 어지러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것은 원래 5개의 고사성어 중에 선택된 것이라고 하는데,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사시이비(似是而非)',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다는 '갈택이어(竭澤而漁)', 위태로움이 달걀을 쌓은 것 같다는 '위여누란(危如卵)',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칼을 빠트리자 뱃전에 표시해두고 후에 찾으려 했다는 어리석음을 빗댄 '각주구검(刻舟求劍)' 등이었다고 한다.

이들 고사성어를 보노라니 필자는 개인적인 소회로 '위여누란'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겪었던 메르스(MERS) 사태는 하루하루가 쌓아놓은 달걀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급한 상황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복병을 만나 밤잠을 설쳐가며 대적했는데,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막막한 시간들을 이겨내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교훈으로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 연말 원서가 마감된 대학정시 입시도 위태로운 마음으로 지켜본 '위여누란'이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 자원이 줄어들고 있어 마감 시간까지 경쟁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슴을 졸여야 했다. 대부분의 대학처럼 우리 대학도 지난해에 비해 경쟁률이 약간 떨어졌는데, 올해는 입시생이 5만여 명이나 감소한다고 하니 대학의 '위여누란'은 계속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데 교수신문에서는 올해부터 사자성어를 폐지하고 우리말이나 글 중에서 교훈이 될 만한 글귀를 선정하겠다고 한다. 굳이 중국 고전에서 우리 삶의 모습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환영할 만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선정한 올해의 희망 메시지는 '곶 됴코 여름 하나니'인데,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는 뜻이다. 이 글귀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에게 짓도록 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나오는 구절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는 내용에서 발췌한 것으로 굳건한 사회적 기반 위에 풍요와 번영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병신년인 올해를 붉은 원숭이해라고도 한다. 십간(十干) 중 병(丙)은 오행에서 '불(火)'에 해당하고 색깔로는 붉은색인 '적(赤)'이기 때문인데, 불이 상징하는 도전과 열정, 원숭이가 가지고 있는 지혜와 화합의 기운이 흐르는 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는 나랏일 하는 분들이 '혼용무도'했던 지난해를 경계하여 서로 네 탓만 하지 말고 화합과 지혜로 우리 국민들을 잘 이끌어갔으면 한다. 그리고 취업난이 해소되어 젊은이들이 도전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렸으면 좋겠고, 조기퇴직이니 퇴출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또 지난해와 같은 재난이나 큰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는 태평연월이 도래했으면 한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올해는 정치적으로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가 회복되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러한 뜻에서 필자도 '곶 됴코 여름 하나니'에 이어 희망 메시지를 하나 더 보태고자 한다. '용비어천가'의 다음 구절인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니 내를 이루어 바다로 가느니'에서, 올 한해가 '샘이 깊은 물'이 되어 '내를 이루어 바다'에 이르는 풍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기를 간구해 본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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