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따뜻한 눈이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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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따뜻한 눈이 내리는 날

  • 승인 2016-01-05 14:46
  • 신문게재 2016-01-06 22면
  • 김종래 예산 신암초 교장김종래 예산 신암초 교장
▲ 김종래 예산 신암초 교장
▲ 김종래 예산 신암초 교장
눈이 많이 내린 아침.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버스를 운행하는 학교의 교장은 눈이 반갑기보다 근심덩어리로 보인다.

서둘러 준비하고 차에 올랐다. 집 근처의 학교를 지나면서 보니 그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차창을 열어 인사했더니 돌아오는 인사가 더 반갑다.

“교장 선생님, 눈길 운전 조심하세요”

교문을 들어서니 벌써 여러 직원들이 출근해서 아이들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학생들이 다니는 길은 어느새 눈이 치워져 있었다. 선생님들은 교실로 들어가시고 교감 선생님과 행정실 선생님들은 업무 협의로 분주하다. 급식실에서도 분주한 손길이 오간다. 운동장에서 눈을 치우는 주무관님의 몸놀림은 더욱 분주하다. 교문에는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을 뭉친다. 잠깐 동안의 눈싸움을 마치고 현관으로 들어서며 선생님들께 인사하는 모습이 왁자하다. 밤새도록 숨죽여 내린 눈에 소복이 쌓인 작은 학교에 활기가 돋는다. 교무실에 들러 간단한 업무협의를 마치고 교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행복으로 가득 찬다. 결재를 마칠 무렵 얼마 전 저녁 식사자리에서 오고갔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선생님들과의 자리였다. 우리 나이의 특성인지 예전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선생님은 옛날을 그리워하며 요즘 세태를 한탄하기도 했다. 그때는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행복 속에 다시 한 번 그 말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예전, 우리 지역에는 어떤 선생님 댁에 초상이라도 나면 거의 모든 선생님이 그 집에 들러 조문하고 일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갓집에 가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도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분이 간혹 있다. 얼핏 보면 정이 사라져 가는 시대를 대변하는 풍속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정이 사라져서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우리 지역에 사는 선생님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선생님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상황에서 예전같이 이웃 선생님들의 대소사를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바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똑같다.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은 선생님을 따르고, 선생님들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작은 시골에 위치한 우리 학교도 텃밭 농사가 시작되면 학생과 선생님, 행정실 선생님들 모두가 손을 모은다. 옥수수를 수확해 간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가을에는 김장을 함께 담그며 정을 나누기도 한다. 학생들은 우리학교 직원을 모두 알고 있고, 우리 직원들은 학생들의 장단점까지 모두 파악하며 그 속에서 정을 나누고 있다.

요즘에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몇몇의 특수한 상황을 예로 들면서 학교교육의 붕괴를 한탄하고 몇몇 선생님과 학생이 모든 선생님과 학생을 대변하는 것인 양 매도하는 자세는 올바르지 않다.

사회의 관심에 편승해 학생의 일탈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선생님과 함께 정을 나누며 올바로 성장하는 학생을, 그리고 그런 학생에게 인생의 멘토가 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흰 눈이 녹으면 본질이 드러나고,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꽃눈은 숨죽이며 움직인다.

교육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 교육은 따뜻하다.

눈 속에서 뛰놀다가도 선생님을 보면 달려가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가득하다. 교육에 대한 좀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김종래 예산 신암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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