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은 가득이 심리상담센터 대표 |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나를 위해 혹은 남을 위해 참을 인(忍)을 세 번 이상 외쳐야 할 때가 잦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자기감정을 전부 표현하며 살 수 없다.
하지만 참지 않아도 될 때 감정을 억누르며 계속 참다 보면, 막상 정말 참아야 하는 순간에 참지 못하고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병이든 안일한 생각으로 내버려두면 알약 몇 알로 끝낼 수 있었던 병을 키워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과 마음에 최대의 적,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감기 기운이 느껴질 때, 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듯, 스트레스가 더 큰 화를 부르기 전에 달래줘야 한다.
'남의 이목에 신경 쓰느라 현재 자신의 행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맺으며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잘 보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고 살기 때문에 참고 인내해야 할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참거나 혹은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서 참기도 한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참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줄까?' 매번 의식하고 눈치 보는 삶이 배려 있는 삶으로 여겨지는 게 아닌지 생각해본다.
마음에 쌓아두고 혼자 병나고, 자다가 혼자 이불 킥(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부끄러웠거나 화가 났던 기억이 떠올라 이불을 차는 현상)하는 사람이 아닌, 할 말은 하고 풀건 푸는 사람이 회사생활도, 인간관계도 더욱 좋다고 느낀다.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언제인지 물어보게 되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힘든 게 당연하고, 아픈 게 당연한 듯 삶을 산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참는 것에 길든다. 대학에 가기 위해 고3 시절을 참고 견디고, 대학만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취업준비를 위해 또 참고, 취업하면 한숨 돌리나 했더니 승진을 위해 더욱 치열한 세계 속에서 눈치 보며 참고, 결혼하고는 자식들 위해서 참고, 자식 눈치까지 보며 산다.
잘 참는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말해야 안다. 표현해야 안다. 강아지들도 배고프면 짖고, 스트레스받으면 자기 집을 물고 뜯고 뒹굴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는 참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며 태연한 척 지낸다. 집안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구석구석 숨겨 놓는다고 그 쓰레기가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쓰레기가 넘쳐흘러 정작 중요한 물건들을 지키지 못하고, 내가 설 곳도 없어질 것이다. 그때그때 치웠으면 될 일을 몰아서 치우려면 몇 배는 더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사람의 감정도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참기만 할 것인가. 우리의 감정도 상황에 맞게 달래주고, 챙겨주고, 표출해야 응어리가지지 않는다. 가끔은 조금 덜 성숙해도 괜찮다. '어른이니까, 다 컸으니까'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고, 강하다 착각하지 말고 울고 싶을 땐 울자. 그것도 펑펑 소리 내어 나를 위해 울어보자. 표현하는 감정은 건강하다.
박경은 가득이 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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