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그러나 이제 2015년도 몇 시간만 지나면 영원한 역사속으로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가장 많이 웃는 사람이다. 노름판 돈은 새벽 문턱 나갈 때 봐야 알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결판이 나지 않았다. 초저녁에 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인간도 세상을 떠난 후 그의 관(棺) 뚜껑에 못을 박은 후에야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한 편의 시(詩)를 읽으며 2015년을 정리해보기로 하자.
“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믿음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였던/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진실로 깨닫지 못하고/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비우고 낮추라는 말이/정녕 옳은줄은 알지만/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 왔던/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끝내 용서 하지 못하고/끝내 홀로인 고독의 외딴방으로/어리석게도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뒤돌아서 당신을 비난했던/슬기롭지 못한 나를 용서 하세요/지혜롭지 못한 나를 용서 하세요//12월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곧 하얀눈이 펑펑 올것 같습니다//그때 내 마음의 천사도 함께 왔으면/오늘은 왠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 (이채,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면 이제 하나님의 인도 하심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盡人事待天命). 하늘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아남고, 하늘에 거역하는 사람은 망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順天者存 逆天者亡). 사람들 사이의 사사로운 말일지라도 하늘은 우레와 같이 크게 듣고, 어두운 빈방에서 마음을 속일지라도 하나님의 눈은 번개처럼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이다(人間私語 天聽若雷, 暗室欺心 神目如電). 그래서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늘을 속일 수는 없다. 강줄기를 짧게 끊어서 보면 동쪽으로도 흐르고 서쪽으로도 흐르지만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전체를 보면 모든 강물은 산에서 출발해 바다(海)로 향하고 있다. 크게 보고 길게 보면 세상만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간다. 즉, 외 심은 데 외 나고, 콩 심은 데 콩 나는 것이다(種瓜得瓜 種豆得豆).
그래서 나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게 됨을 깨닫게 하소서.”
세월은 가고 또 오며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 흘러 바다에 이르지만, 우리들은 변하는 것에서 불변요소를 찾아야 하고 변하지 않는 것에서도 변해야 할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象村 申欽의 시 한 구절로 2015년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桐千年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오동나무는 천 년을 묵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일생 동안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함부로 팔지 않는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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