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의 향배를 가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동시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 등 지역정당을 대신해 가세할 여타의 신당 세력들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총선을 향한 여야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지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우면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승리했다. 충청권에서도 앞선 18대 총선에서의 자유선진당이 일으킨 지역정당 바람을 단 3석의 지역구로 국한시켰다.
이번 선거에는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퇴색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4년째에 치러지는 동시에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가 이 방증이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의 탄력과 함께 레임덕으로 이어질 지 여부 및 새누리당의 집권여당으로서의 영향력 행사와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에게 녹록지 않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으로 보수층 결집은 이뤄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민심은 야당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시장을 비롯한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을 석권했고 기초단체장에서도 10석 이상을 밀어줬다. 이같은 지방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되레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창업주 중 한명인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이 탈당과 함께 독자세력화 추진 선언으로 난국에 빠진 이유에서다. 텃밭인 호남에서의 현역 의원들의 잇단 이탈로 당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해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호성적을 거둘 경우는 거꾸로 제1야당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함께 한다.
신당 세력들의 시험대라는 의미도 내재됐다. 이에 따라 다시금 독자세력화를 표방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을 비롯해 천정배 의원(광주 서구을)의 국민회의,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등 이른바 신당 세력들이 총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지도 관심사다.
이 가운데 충청권이 선거때마다 승패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제3세력들의 향후 입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대전지역 선거에서는 3대 3의 현 구도가 어떻게 달라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라고 결정하면서 상한선을 넘어선 유성구의 분구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조건 승리해야한다는 '절대 과제'를 안게 됐다.
당장, 당마다 지난해 11월 하순께 여론조사를 통한 자당 인사들의 경쟁력을 검증한 것도 이 일환에서 비롯됐다.
이 가운데 대전 유성의 민심이 전체 선거판을 좌우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직까지 예비후보자에 등록한 출마예정자는 7명에 불과하나, 현역 의원들을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후보는 약 12명에 달한다.
이는 선거 1년 전보다는 줄어든 숫자지만 새로운 이름도 언급되면서 당별로 최적의 카드를 구축하는데 부심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현역 의원들 간 양자대결 및 이들이 택할 선거구 여부에 따라 선거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강창희 의원의 총선 불출마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중구에서 누가 그의 바통을 이어받을 지도 관심사다. 예비후보자 다섯명을 비롯해 새누리당에서 6명의 후보가 강 의원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해볼만한 선거라는 판단 아래 두명의 주자가 표밭갈이에 나섰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물 수혈을 통해 당내 경선 분위기를 조성, 선거 열기를 일으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전 동구와 서구갑과 을, 대덕구에서는 지난 선거 등에 경쟁했던 인사들 간 리턴 매치가 예고되고 있어,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역 의원들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지만, 그간 쌓인 유권자들의 피로감 해소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수의 후보가 나서면서 공천 경쟁서 탈락한 후보들 및 지지층에서 나타날 반감 등을 어떻게 봉합할 지가 선거전 최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이탈자들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려워 당마다 불가피할 표심 분열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 선거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권선택 대전시장의 대법원 재판 결과에 따라 두개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점도 선거전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종=이해찬 의원 대 새누리당.
이번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도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의원뿐만 아니라 유재호 전 충남교육청 감사관, 임병철 전 한국4H본부 대변인이 나서고 당초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진광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이 의원의 7선 도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관측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을 상대로 나설 새누리당의 대항마에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당초 예상됐던 유한식 전 세종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최민호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출마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기에 신인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김동주 변호사와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 조관식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이 예비후보자로 일찌감치 선거전에 가세했으며, 안윤홍 서울북부고속도로 상임감사가 선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을 상대로 얼마만큼 경쟁력을 보일 지는 미지수로 필승카드와 그에 부합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당면 과제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공천 경쟁이 지역민의 주목도를 이끌어 낼 박근혜 정부의 세종시 지원 전략이나 인천 정치권의 국민안전처 이전 저지 등에 야당에 대한 반감이 맞물릴 경우, 전세를 뒤엎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A후보의 출판기념회 안내문자 발송을 둘러싼 당내 경선 과열 분위기와 갈등은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골치아프게 한다.
▲충남=충남지역 총선에서의 최대 관심은 새누리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에 나타난 야권 성향으로의 표심 변화를 어떻게 막아낼지다.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안희정 지사를 재선하게 끔 지지해 준 것만 아니라 천안과 당진, 계룡시장 등에서도 야권을 밀어줬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난 지방선거의 선전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선거구 절반 이상을 얻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안 지사가 대선 잠룡으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 위상이 대폭 높아진 것을 주목하고 있다. 중앙당이 희망스크럼에 안 지사를 포함시킨 것이나 당내 후보들이 안 지사와 함께 지역 변화를 도모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이 단적이 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충남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고, 새누리당과 선진당 간 합당으로 단일화된 보수 진영을 상대로 친노진영 위주로 꾸려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구성은 민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콘크리트로 비유될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도 적지않은 곳이 충청권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현역 의원 교체카드까지 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공천제도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현역 의원 컷오프'의 필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당 지지율보다 낮은 후보를 밀어주기보단 과감한 선수 교체로 해당 지역민의 기대를 얻자는 발상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부심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공을 들인 충남에서 패배한다면 그 타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완구 전 총리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인제 최고위원마저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은 민심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마다 적게는 둘, 많게는 다섯명의 후보가 거론돼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갈등도 당내 불안요소다. 다만, 충남의 경우, 안철수 의원 측 세력이 미미해 신당 세력이 태동해도 큰 여파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충북=충북은 3선 이상 의원들의 재선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이, 더불어민주당은 오제세 의원(청주 흥덕갑)을 비롯해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갑),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 등이다.
이들 모두 청주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청주시 선거가 전체 선거전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맥락이다.
단연, 새누리당에서는 정우택 의원을 통해 청주권 의석수 확대를,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싹쓸이가 선거전 목표다.
따라서 이들에 맞서 누가 당별 후보로 대적할 지가 선거전의 관선으로 부상했다. 선거구마다 적게는 두명, 많게는 다섯명 가량의 후보들이 나섰지만 이들 후보군이 현역 의원을 상대로 얼마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한다. 때문에 우위적 필승카드를 마련하는데 각 당은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의 재선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비서관의 피감기관 물품 판매 논란이나 시집 강매 논란 등 잇단 물의를 빚은 탓이다. 이 가운데 철도비리 의혹에 연루돼 뇌물 수수로 의원직을 상실한 송광호 전 의원의 제천·단양 선거구를 새누리당이 수성할 수 있을지 여부와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를 치르게 된 진천군수에 따른 야당 반감 등도 선거전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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