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0시 30분께 대전역 지하차도에서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노숙인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
따뜻한 김밥 40줄과 두유 25개를 차곡차곡 담고 감기약, 진통제 등 상비약과 장갑, 칫솔치약세트도 챙겼더니 배낭 2개가 꽉 찼다.
거리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맞이하는 노숙인을 돕기 위해 밤길을 나서는 대전노숙인지원센터의 아웃리치 동행은 찬바람과의 싸움부터 시작됐다.
김의곤 소장과 김태연 사무국장, 김준영 사회복지사 그리고 현욱(44ㆍ가명) 아저씨가 외투 앞섶을 여미며 밤길을 나섰다.
현욱 아저씨는 이전부터 지원센터를 이용했던, 한때는 노숙인이었다. 현재는 센터의 도움으로 보금자리도 얻고 일도 다시 시작했다. 그때의 고마움으로 2주마다 아웃리치 동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데는 대전역이다.
센터직원들은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중 노숙인에게 다가가 김밥과 두유를 권했다. 대합실 의자에 고개를 떨구고 잠든 이들은 처음엔 경계했다.
김 소장은 “노숙인지원센터에서 나왔어요. 김밥이랑 두유 좀 드시고 언 몸 녹이세요”라고 하자 “고맙다”며 건네받은 김밥을 한 입 베어물었다.
동광장을 빠져나와 대전역 지하보도로 향했다. 지하보도에서도 노숙인 3명이 나란히 잠을 청하고 있고 2m 옆에도 이불을 덮고 있는 70대 노숙인이 있었다. 이들에게도 김밥과 두유, 핫팩과 장갑 등의 물건을 나눠줬다.
도시철도 대전역 아래도 노숙인 6명이 지난 아웃리치 때 나눠준 긴급 담요를 깔고 앉아 있었다. 김준영 복지사는 “센터로 오시면 두꺼운 잠바 드릴 테니 꼭 한 번 들르셔요”라고 당부했다.
역전지하상가에서 다시 노숙인 4명에게 김밥과 두유를 나눠주며 안전을 확인한 후 중앙시장과 대전천으로 이동했다.
천변 다리 아래에서도 노숙인 2명이 각각 홑이불 한 장을 덮고 한겨울 밤을 보내고 있었다. 동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새벽에 안전을 확인하고 음식을 나눠줘야 한다.
김태연 사무국장은 “아웃리치 과정에 주무시는 아저씨들을 깨우다 혼나기도 하지만 사실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예전에 잠든 아저씨가 몇 시간 후 돌아가신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김의곤 소장은 “센터에서 제공하는 보금자리보다 거리를 선택하신 분들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아웃리치를 통해 돕고 있다”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키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노숙인 아웃리치는 1시간30분만에 마무리됐고, 무거웠던 배낭은 다시금 가벼워져 있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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