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사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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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교사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승인 2015-12-22 13:16
  • 신문게재 2015-12-23 22면
  • 우경한 공주교대부설초 교사우경한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 우경한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 우경한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새로운 나를 찾고자 하는 끌림으로 이곳에 왔다. 공주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첫 출근은 설렘보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교생으로 실습을 왔을 때 너무도 당돌했던 이곳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서였을까? 다시 만난 이곳 아이들은 생각보다 순박하고 착했다.

십여 년이 지나도록 나는 교사로서 새로운 것을 찾아 노력하고 연구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다듬어 지켜가려고만 했던 것 같다. 혼자만의 경험과 수업기술로 수업했고 스스로 이정도면 안정되었다고 여겼다. 수업보다는 업무에 치중하는 내 모습도 발견했다. 출근길에 수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오늘 행사와 산적한 공문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다. 어느새 퇴색되어버린 교사라는 이름표, 새로운 도전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내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가 되고자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이곳은 아주 바쁘다. 아니 바쁠 수밖에 없다. 9주에 걸치는 실습지도와 각종 행사, 연구과제 등 하루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간다. 또한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수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곳은 실전 사용가능한 수업기술을 연마하는 교사훈련소와 같다. 배운 점들을 수업에 투입하기 위해 밤을 새며 고민하고 노력한다.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생활의 반복이다. 그 누구도 내게 남아서 일하라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수업에 관해서 이 학교는 그런 곳이다. 좋은 수업을 위해 스스로 만족할 만큼 파고들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준비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는다.

초임교사 시절, 선배 선생님께서 사석에서 하신 질문을 아직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본 적 있어?” 그 때 철없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뇨.”라고 대답했다. 첫 발령을 받고 내게 주어진 교사라는 직업을 마치 내가 성취해낸 훈장처럼 생각하며 살았다. 운전면허를 따고 직접 운전을 하며 배우는 것처럼 교사를 하면서 무작정 부딪쳐보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교실에서의 주인은 바로 교사인 나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산 것 같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입에서 입으로 배움이 연결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Flipped learning(거꾸로 수업)을 사용했다. 교실수업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념 설명을 사전 영상으로 제작하여 아이들에게 주고 수업시간에는 다양한 활동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아이들과의 소통 창구를 활짝 열어 아이들을 초대하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수업. 놀 '꺼리'를 준비하는 것이 행복하다. 그 '꺼리'를 가지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올 한해 담임 덕에 수업을 많이도 공개했다. 교실을 가득 메우다 못해 창문을 다 뜯고 복도까지 서서 지켜보는 선생님들 앞에서도 이 녀석들은 긴장하지 않는다. 나보다 강심장이고 대범한 아이들과 매일 수업 놀이터, 가끔은 수업 전쟁터에서 살아간다.

오늘도 아이들은 시끌시끌하다. 아니 시끄럽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좋다. 세상에 나아가서도 지금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잘 이야기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아이들 중심의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빛, 호기심 어린 얼굴표정, 자신감 있는 목소리 그리고 기발한 생각들로 수업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만 가득차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여러 의견을 잘 어우르며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싶다. 나와 다른 생각에 설득도 당해보고 나와 같은 생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도 해가면서 말이다.

우경한 공주교대부설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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