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은퇴 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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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은퇴 후의 삶

  • 승인 2015-12-22 13:15
  • 신문게재 2015-12-23 23면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겨울철이면 문상을 가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는 80대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요즘은 90세를 넘게 사신 경우가 많다. 실제로 평균수명은 81.4세로 40여년 만에 20년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 스위스 보다는 낮고 미국 영국 독일 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간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 명으로 13.1%인 고령화 사회이며 2018년에는 18.1%로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3%로 1000만 명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실제로 평균 은퇴 연령인 55세 이상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반 가까이가 노령인구가 되는 셈이다.

원래 장수는 인간의 꿈이다. 진시황은 전설의 봉래산에 사람을 보내 불노불사약을 찾았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50세를 넘기지 못했다. 우리나라 임금님들도 50세를 넘긴 경우가 많지 않다. 어른들에게 60세에 환갑잔치를 70세가 되면 칠순잔치를 해드렸다. 노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도 생겨났다. 인간에게 장수는 축복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노인들의 삶은 고단해 보인다.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국가 중 최고수준이며 OECD평균의 4배 수준이라 한다. 특별한 노후대책 없이 생계를 자식들에게 의존해야 하나 자식들은 부모를 부양할 여력이 없다. 국민연금의 수혜자는 얼마 안 되고 노인수당이 도입되었으나 생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모도 실업자이고 자식도 은퇴해 소득이 없고 손자들은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독거노인도 138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여기에 평균 14년을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바 병원비 부담도 노년의 삶을 괴롭히는 큰 원인이다.

현재 55세 이상 노인의 61%는 일자리를 원하고 있으며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상당수가 생계문제라고 한다. 생계를 해결할 수 없다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노인자살율이 노인 10만 명 당 81.9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며 노인범죄율도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제 30년을 벌어 60년을 살거나 계속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중견기업 간부를 만났다. 괜찮은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조사차 중국에 가보면 2분의 1 가격에 이미 팔리고 있거나 품질이 낮은 경우에는 10분의 1 가격으로 팔린다고 한다.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성공을 해도 제품의 라이프싸이클이 워낙 짧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창업에 주저주저 하는 이유이다.

'기승전치킨집'이라는 블랙유머가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하건 연구소에 들어가건 결국은 퇴직해서 퇴직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치킨집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내에는 치킨집이 100m 마다 한곳이 있고 그나마 창업한지 3년도 안 되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직장을 구해보려 하지만 만만치 않다. 아파트 경비자리도 별따기라고 한다. 개인택시 가격도 계속 올라간다고 한다.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치센터에 가서 교육이나 받는 방법 밖에 없다.

노후를 걱정하다보니 모든 계층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을 방법이 없다.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각종 연금보험에 가입한다고 한다. 전에는 이자율도 높았으나 지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돈이 조금 있다고 여유부릴 상황도 아니다. 소비가 줄다보니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몇 년째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책이나 볼까 하지만 시원찮아 보인다. 등산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일 것이다. 애써 여유를 가지려고 하지만 마음속의 고민은 꾸역꾸역 고개를 든다. 장수가 축복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유행하는 '백세인생'이란 노래가 조금은 구슬프게 들려온다.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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